「패왕별희」 「현 위의 인생」 등을 연출한 중국 제5세대 감독의 선두주자 첸 카이거(49)가 13일 오후 내한,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에 한국영화 「몽유도원도」(제작 빅뱅크리에이티브)의 메가폰을 잡게 될첸 카이거 감독은 "시나리오를 본 뒤 감명을 받았다"면서 "무엇보다 아시아 예술인들이 아시아의 특색을 지닌 영화를 만들어 국제적인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감독 제의에 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몽유도원도」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도미부인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최인호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현재 「영웅본색」 등을 쓴 중국의 시나리오 작가 장탄에 의해 수정 작업중이며, 주연 배우로는 이정재가 캐스팅됐다. 또촬영감독은 「클리프행어」의 존 브루노가, 영화음악은 「마지막 황제」의 사카모토류이치가 담당하는 등 다국적 스태프로 구성된다.

첸 카이거 감독은 "백제의 개로왕과 아랑, 도미 세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되 전통적인 비극적인 사랑보단 새롭고 파격적인 요소를 가미해 생동감있는 사랑을그려낼 생각"이라며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액션과 특수 효과 등을 사용해 속도감있고 화려한 영상미를 담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문화가 점차 다원화되고 있는 만큼 순수 한국적인 요소를 강조하기보다는 다원적인 요소를 삽입해 국제적인 영화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첸 카이거 감독은 "한국 영화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올해 베이징영화제에 참석한 중국 및 외국 관계자들이 한국 영화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을 들었다"면서 "한국 영화계는 최근 상승기에 접어들었으며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가 나오는 것은 이제 시간적인 문제"라고 칭찬했다.

지난 해 영화「킬링 미 소프틀리(Killing me softly)」(미국 9월 개봉 예정)로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했던 그는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에 관해 "각 스태프들의 직업정신이 투철하고, 특히 합리와 이성에 기초해 끊임없이 상의하면서 영화를 제작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너무 강해 일조량이 짧은 겨울에도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식사를 해야만 했다"면서 "중국에서라면 대충 (밥을)때우고 촬영을 강행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동서양 모두 똑같은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몽유도원도」의 기획을 맡은 디자이너 하용수씨와 작가 최인호씨, 이주익 빅뱅크리에이티브 대표 등이 참석했다.

「별들의 고향」「깊고 푸른밤」 등 영화의 원작을 썼던 최인호씨는 "오랜 전부터 아시아의 보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중국적이면서도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첸 카이거 감독과 함께 작업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몽유도원도」는 오는 11월께 크랭크 인해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촬영된 뒤 2003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