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술이 전에 없이 활발하게 서해를 건너오고 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 문화예술이 꾸준히 한반도에 상륙해 온 것은 사실.미술의 경우 올들어 대규모 전시가 잇따라 열려 양국 관계가 상당히 밀접해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올해의 대형전시로는 9월 14일부터 10월 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릴 '중국 현대미술전'과 지난 14일부터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에 마련되고 있는 '명ㆍ청ㆍ근대기의 진작ㆍ위작 대비전'이 꼽힌다.

오는 8월 10일부터 10월 28일까지 경기도 여주ㆍ이천ㆍ광주에서 개최되는 세계도자기엑스포에도 중국의 주요 작품이 대거 소개되며 13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 로댕갤러리에서는 프랑스 거주 중국 출신 작가 왕두(王度)의 조각전이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중국화 작가 리원신(李文新)이 지난 6월초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졌고, 4월 하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중국과 대만 작가 전시회가 거의 동시에 열렸다.

학술분야의 미술교류도 눈길을 끌만하다. 홍익대는 베이징(北京) 중앙미술학원 교수진을 초청해 중국화 진행과정과 현대 중국미술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최근 개최했다.

▲중국 현대미술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와 중국미술가협회가 공동주최하는 이 전시는 중국 현대화의 전모를 보이는 자리다. 출품작은 모두 128점으로 중국화, 유화, 판화, 수채화 등 중국 현대미술이 망라된다.

이 작품들은 중국 건국 50주년을 맞은 1999년에 개최된 '전국미술전람회'에서금ㆍ은ㆍ동상을 받은 수상작들. 전국미술전람회는 우리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해당하는 것으로 작품 수준이 높다.

출품작에는 중국 목판화의 맥이 어떻게 전통산수화와 결합되고 있나를 보여 주는 <황하 대합창>과 인민의 생활상을 중국 전래의 연화(年畵), 농민화, 멕시코의 벽화 기법으로 묘사한 서양화 <좌석>이 포함된다.

▲명ㆍ청ㆍ근대기의 진작ㆍ위작 대비전

'명작과 가짜명작'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전시에는 랴오닝(遼寧)성 박물관에 소장된 80여점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이중 진작은 40점. 나머지는 그 위작이다.

즉 진작과 위작을 나란히 전시함으로써 진작이 위작에 미치는 영향과 위작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 그리고 그 역사적 가치를 비교ㆍ감상하게 했다.

출품작에는 구영(仇英)의 <적벽도>와 석도(石濤)의 <고목수음도(古木垂陰圖)>같은 중국 1급 국보도 들어 있다. 이밖에 문징명, 동기창, 팔대산인, 제백석 등 지난 500여년간 중국 미술사를 빛낸 예술가들이 망라됐다. 중국이 진작과 위작을 동시에 해외에 반출하는 경우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이 두번째다.

▲세계도자기엑스포 출품 도자기

베이징 고궁박물관의 국보급 도자기 70점은 세계도자기엑스포의 주요전시인 '세계도자문명전'과 '동북아 도자교류전'에 전시되기 위해 한국에 온다. 엑스포 주최측에 대여되는 도자기는 송대의 <관요대병(官窯大甁)>과 명대의 <두채보상화문개관(斗彩寶相花文盖罐)> 등이다.

고궁박물원은 소장 도자기 30만점이 말해 주듯이 세계 도자기의 보물창고로 불린다. 따라서 신석기에서 청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도자 6천년사를 아우르는 이번 명품들은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 교류사를 살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타 전시

6월 5일부터 9일까지 초대전을 가진 리원신은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경제고문인 류웨이선(劉立申)의 아내여서 미술 외적으로도 눈길을 모았다. 당시 그는 중국의대표적 경제인 15명을 대동하고 서울에 왔다. 출품작은 광막한 대자연의 산수경개를조감법 구도로 전개한 <대막호정(大漠豪情)> 등 30점이었다.

지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수감생활을 하다가 이후 파리에 정착한 왕두의 서울전은 중국에서 교육받은 작가가 서양미술의 어법으로 펼친 전시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는 이번 전시에 미디어 이미지를 3차원 공간에 재생시킨 석고 채색작품 15점을 내놓았다.

이처럼 중국 미술품이 활발하게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은 그동안 유럽과 미국 일변도였던 추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작품이 들어옴으로써 미술적 시각이 넓어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문화적 전통이 깊으면서도 전시비용이 적게 먹힌다는 점도 국내 미술계가 중국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일본 미술의 경우 국내 전시유치비용이 중국보다 훨씬 많이 들어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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