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유명 작가의 단편집, 그림으로 보는 신화 등 작품성 높은 국내외 만화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복간된 오세영 단편집 「부자의 그림일기」, 이희재 단편집 「간판스타」(이상글논그림밭)와 사토나카 마치코의「만화 그리스 신화」(황금가지.전3권. 최은석 옮김), 존 휴즈의 「아버지와 나」(바다 출판사. 연진희 옮김). 밀도있는 구성과 그림체가 특징인 오세영씨의 작품집에는 한국적 정서와 풍취를 바탕으로 우리의 아픈 근ㆍ현대사와 사회 모순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수작 13편이 실렸다. 도시빈민 가족의 처절한 삶을 초등생 아이의 투명한 시선으로 그린 표제작, 의성어만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과 , 월북작가들의 단편을 그린 , 80년 광주항쟁의 상흔을 다룬 등이 주목된다. 만화평론가들이 선정한 '해방 이후 좋은 우리 만화' 4위에 올랐던 작품. 대표적 리얼리즘 만화가로 불리는 이희재씨의 작품집에는 87년 시민항쟁을 전후한 시기에 쓰여진 단편 7편이 수록됐다.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주인공의 고향 방문과 아버지의 슬픔을 그린 표제작, 환경미화원의 비극적 삶을 다룬 등 현대 산업사회가 낳은 여러 모순과 기층민의 슬픔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투철한 시대정신, 세심한 관찰력, 철저한 자료조사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신화 전문가 이윤기씨가 감수한 「만화 그리스 신화」는 서양문명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그리스 신화를 그림으로 재구성한 작품.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신화에 관한 다양한 학설 등을 적극 소개, 새로운 감각을 갖췄으며 주석, 해설, 뒷이야기 등을 첨가해 이해를 도왔다. 빽빽한 활자체의 무게에 눌려 신화 읽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아버지와 나」는 의견 대립으로 등을 돌렸던 아버지와 아들이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가슴 뭉클한 이야기. 보수적이고 고집 센 목사 아버지와 자유분방한 예술가 아들은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는 것을 계기로 서로 이해하게 되고 부자간 사랑을 되찾는다. 애니메이터이자영화감독인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창작됐다. 가족 해체의 풍조 속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