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11시 5분부터 진행된 MBC 「100분토론」에서 여야 의원과 경제전문가들이 언론사 세금추징의 정당성 문제를 놓고 2시간 가까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의 박종웅 의원과 대구대 전용덕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언론탄압', '언론 죽이기'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의 신기남 의원과 참여연대 윤종훈 조세개혁팀 실행위원은 과거 성역으로 여겨져온 언론사 탈세와 개인비리는 엄정하게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맞섰다. 첫 발언 기회를 얻은 박 의원은 서두부터 "정부가 정권 말기 권력누수를 막고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비판적인 언론사들과 사생결단을 내려함으로써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며 "나라도 망하고 정권도 망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따라 토론 초반부터 여야 의원간 정치성 격론이 많아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윤 위원과 전 교수가 조세 관련 법규와 구체적 과세 사례를 들며 각기 다른 입장에서 국세청 조사와 세금 추징의 정당성 여부를 평가해 토론의 취지를 살렸다. 특히 공인회계사인 윤 위원은 박 의원의 정치적 공세를 세무행정적 관점에서 차분히 논박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시청자 가운데 일부는 세무 당국이 철저히 법을 집행해 언론권력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언론탄압 의도가 짙다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회자인 유시민씨는 토론 말미에 정치적 공방과 언론사들의 주장이 난무하고 있지만 어느 편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신문을 선택하고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서 정당을 선택할 시청자와 독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20일 국세청이 중앙언론사 23곳에 대해 5천56억원의 추징금을 결정한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24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언론탄압 의도 여부 ▲세금 부풀리기 여부 ▲세금추징이 언론발전을 위한것인지 여부 등 세 가지 쟁점별로 진행됐다. 다음은 쟁점별로 패널 4명의 토론 내용을 요약ㆍ정리한 것이다. ▲박종웅 = 정부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6∼7명의 언론사주를 고발하는 것은 언론을 말살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현 정권이 언론과 사생결단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정권 말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으로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서 내년 대선에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이런 태도는 국민들 사이에 불신과 국론 분열을 더욱 심화시킨다. 국익에 도움 안된다. 정권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는 길이다. 시정돼야 한다. ▲신기남 = 신성한 조세행정을 그런 식으로 비난하지 말라.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 언론사들의 탈세 등에 대한 국민들의 충격과 허탈감이 크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으로 모두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엄정한법집행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 언론의 자유가 탈세의 자유가 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박 = 정부가 정치ㆍ경제ㆍ사회ㆍ안보 모든 면에서 정책적 실패를 거듭하고도 언론 때문에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해왔다.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 비판 발언이 나오자마자 국세청과 공정거래위가 나섰다. 이는 언론탄압을 위한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이다. ▲윤종훈 = 언론사 탈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대단히 크다.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진정한 언론의 자유는 '깨끗함'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깨끗하다면 누구의 눈치도 안보며 할 말 다할 수 있다.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용덕 =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에 대해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고들 말한다. 당국자와 정치권의 손발이 착착 맞는다. ▲신 = 94년 김영삼 정부가 언론사 세무조사를 해놓고 덮어주고 깎아준 것이 언론장악이다. 국민의 정부는 그런 식으로 언론을 장악할 의도가 없다. 또 의도가 있다 해도 통할 상황도 아니다. 언론 탄압이라고 말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 않은가. (세무조사가 언론장악 시나리오라는 지적에 대해) ▲박 = 언론장악 문건이 있었다. (문건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무조사를 비교한 표를 게시하며) 동아일보ㆍ조선일보 등을 집중 조사한다는 내용도 다 문건에 들어 있다. 실제 상황 그대로이다. 대통령 임기 말 레임덕을 만회하는 것보다 나라 안정이 중요하다. 언론 사주를 구속하고 천문학적 세금을 부과한 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이다. ▲신 = 어디서 나온 문건이냐. 출처불명의 문건을 갖고 시나리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윤 = 문건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정치권의 지나친 행동이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과연 조세정의 차원에서 바라보는지 정략적으로 이용하졍쩝?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정치권 생리 이면을 봐야 한다. ▲박 = 조사 기간과 방법, 조사 강도, 결과 발표 등 하나도 정상적으로 된 것이없다. 99년에 해야 하는데 느닷없이 대통령이 언론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국세청이 나섰고 조그만 언론사에 1천여명이 가서 몇 달씩 조사했다. ▲윤 =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탈세 책임 규명까지 탓할 수는 없다. ▲전 = 1천명의 조사반이 동원됐고 5천억여원의 추징금을 결정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우려된다. 언론이 붕괴하는 상황이다. ▲신 = 정치집단 의도가 있을 수 있지만 정당한 것이냐 아니냐를 봐야 한다. 법을 엄정히 집행해서 국민여론에 부응하려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의도이다. 세무조사기간도 올해 과세시효가 만료된 시점과 맞는다. 정상적인 업무 집행이다. 야당 주장대로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했다면 총선 전에 하지 왜 지금 하느냐. 그럴 의도가있었다면 막후거래도 했을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가 가혹했다는 말에 대해) ▲박 = 대기업의 경우도 세무조사하면 매출액의 1∼2%가 세금으로 나온다. 신문업계 연간 매출액이 총 1조3천억인데 5천억원 세금이 웬말이냐. ▲신 = 5년간 탈루액을 조사한 것이고 또 추징세액은 탈루세액에 비례한다. 많고 적고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 않느냐. ▲윤 = 추징규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5천억중 대주주 개인에 대한 1천800억원을 제외하고 각사별로 연간 추징세액을 추산하면 평균 7억원 가량이다. 99년대 법인 1개당 추징세액 25억3천만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적다. 세금을 적게 매긴 것이 정치적으로 타협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기업들과 비교해 심한것이 결코 아니다. (언론장악 의도를 계속 문제삼는데) ▲박 = 특혜를 줘도 안되지만 더 심하게 해도 안된다는 말이다. 5년 만에 할 것을 안하고 있다가 7년 만에 하는 의도가 뭐겠는가. ▲신 = 빨리 했다면 좋을 수도 있지만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법에 명시된 대로 조세시효 만료 전에 제대로 한 것이다. (시청자 의견) ▲시청자1(일산ㆍ자유업) = 세무조사가 정권 재창출과 인기 만회용이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언론사를 망하게 한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대권을 가지려는 의도에서 한 말이 아닌지. 청와대가 지시한다고 국세청이 5천억원을 때리겠는가. 1천명 투입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을 할 국세청장이 있겠는가. ▲박 = 한나라당이 다음 대권을 노리고 정부의 세무조사를 비판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다. 언론이 권력에 장악된다면 민주주의는 없어진다. ▲시청자2(송파구 오금동) = 정당한 법집행인지 혼란스럽다. 시기와 방법을 보면 언론탄압에 가깝다. 토론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철저한 국정조사를 통해 가려야 한다. ▲신 = 수사가 진행중이거나 재판중인 사건은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 정치권개입은 정당한 행정권 집행에 장애가 된다. ▲박=무가지 부분을 접대비로 본 것은 과세 규정에도 없는 일이다. '비업무용부동산'이나 '접대비' 등은 해석상의 차이가 많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과세 대상에 올려놓은 것은 일단 세금 규모를 부풀리자는 것 아닌가. ▲윤= 접대비란 개념은 상당히 넓다. 다른 업종에서도 과세 사례가 많다. 일정기준이 넘는 판매장려금 또는 장려품은 과세 대상이다. ▲전 = 부풀린 것이 아니라 근거가 없는 과세이다. 국세청 예규에 근거해 과세할 수는 없다. ▲신 = 무가지 문제는 신문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기준을 넘어서는 무가지에 대해서는 마땅히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일반 기업의 경우도 판매장려품 비율을 3∼4%만 인정한다. 신문의 경우 20%까지 인정해 주고 이를 넘는 것만 접대비로 본 것이다. 국세청 예규에 이의가 있다면 절차를 거치면 된다. 미리부터부풀리기라며 세무행정을 불신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부당내부거래 문제) ▲박 = 신문사가 지방인쇄소에 지급한 비용을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 인쇄비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신 = 마치 언론사 대변인처럼 나서 조세행정에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만이 있으면 이의신청하면 된다. 왜 벌써부터 잘못됐다고 몰아붙이는가. ▲윤 = 조세법률주의라지만 모든 세목이 법에 명시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측가능성만 있으면 족하다. 유사한 개념에 따른 국세청의 유권해석이 가능하다. 그 해석이 적합한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전 = 예규는 국세청 마음대로 만든 것이다. 상급 법의 위임이 없었다. (추징세액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 ▲박 = 살아남을 신문사가 없다. 일단 세금 내고 재판해야 하는데 돈 내고 망할판이다. 弑?=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과중하다면 징수유예는 가능하다. 세금이 많은데 대해서는 국민이 더 충격을 받고 있다. 추징세액을 줄일 수도 없다. ▲박 = 깍아주는 방법도 있다. ▲신 = 세금은 부풀릴 수도 없고 깎아줄 수도 없다. ▲윤 = (추징금을 깎아준다면) 시민단체뿐 아니라 규정대로 세금을 내는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불법적으로 세금을 깎아줄 수는 없다. ▲전 = 불황을 참작해 과세특례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신문사 사주 고발에 대해) ▲박 = 외환관리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과거 검찰이 조사를 잘못한 예도있다. 증여-상속세 포탈 문제는 대단히 복잡한 것이다. 이런 법을 앞세워 한꺼번에굴비 엮듯 언론사주를 처벌하는 것은 언론 죽이기 음모로밖에 볼 수 없다. ▲윤 = 조세포탈범에 대한 형사처벌은 중요한 문제이다. 김현철씨 예도 있다. 김씨의 경우 12억여원을 '단순 뇌물수수'한 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언론사주의 경우는 김씨 경우보다 세금포탈 금액이 크고 탈세 유형 역시 차원이 다르다. 근로자의 몫을 강탈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죄질이 훨씬 악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형사처벌 안하면 형평성 논란이 있을 것이다. ▲신= 정부는 언론과 타협할 생각 없다. (세무조사 결과를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신 = 유야무야 하면 권언유착으로 오해할 것이다. 국세기본법 원칙에 맞게 총량공개만 하는 것이다. 그 이상에 대한 공개는 시민단체들이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형식이 좋겠고 신문사들이 자진공개하는 것도 좋다. ▲박= 세금추징 결정액이 5천억여원이라고 흘린 것은 세무당국의 직권남용이고 불법이다. 공개하지 않아야 할 것을 뭉뚱그려 공개한다고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언론탄압 의도를 방증하는 것이다. 억울한 신문사들은 추징액이 (총량으로라도) 공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윤 = 언론사는 공공기관이나 다름없다. 사적인 기밀보호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기밀보호는 위법행위까지 알리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사주 구속되면 언론활동이 위축될지에 대해) ▲박 = 위축된다. 위축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취재ㆍ논설 모든 면에서 위축된다. ▲윤 = 언론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언론계 종사자들은 언론침해 세력을 정부가 아닌 사주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 = 신문도 장사다. 5천억원 세금 내면 부작용도 많을 것이다. 신문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