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공업화시대에는 범죄의 증가 등으로 대붕괴가 불가피하지만 인간은 고유한 이성에 의해 필연적으로 신질서를 이룬다' 세계적인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대붕괴 신질서(The Great Disruption)'(한국경제신문 국제부 옮김, 류화선 감역, 한경BP)를 통해 가족 중심의 전통적 가치가 무너지면서 개인주의의 필연적 산물인 '창조적 파괴'가 뒤따르지만 도덕적 본능을 갖춘 인간 이성에 의해 새로운 규범과 사회질서가 창출된다는 명제를 던졌다. 그의 책에 담긴 사상을 3회에 걸쳐 요약한다. 세계는 지금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범죄와 사회적 무질서가 급증하면서 친족관계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은 극소수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급격한 변화는 여러 국가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났고 20세기 중반 산업사회를 풍미했던 사회적 가치를 크게 붕괴(Great Disruption)시키고 있다. 정보기반 경제가 가져다주는 혜택에도 불구하고 범죄와 사회혼란 증가,사회적 결합의 원천인 가족과 친족의 몰락,신뢰도의 추락 현상 역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붕괴란 10세기에 일어났던 게마인샤프트(공동사회)에서 게젤샤프트(이익사회)로의 이행이 업데이트된 버전이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사회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천됐지만 최근 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붕괴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적어도 네 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 빈곤의 확대 또는 소득 불균형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둘째 이와 반대로 부의 증대로 발생했다는 것,셋째 그 현상이 현대 복지국가에 의한 것이라는 설,넷째 종교의 쇠퇴와 공동체적 의무보다 개인적인 자기만족을 우선시하는 등 광범위한 문화적 변동의 결과라는 설이 그것이다. 사회에는 저마다 축적된 사회적 자본이 있다. 사회적 자본은 경제 이외의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사회적 자본은 건전한 시민 사회,말하자면 가족과 국가 사이를 이어주는 집단과 단체의 영역을 만들어내는데 필수적이다. 1965년 이후 사회적 자본의 부정적 계량화로 이어지는 많은 지표가 동시에 급속도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범죄 가족 신뢰라는 세 개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발생했다. 일본과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서구와 다르다. 한국의 경우 한국전쟁 이후 일본보다 정치투쟁이 잦았다. 광주사태와 전두환 정권의 공포정치 시기인 1982년에 범죄율이 증가했으나 대체로 낮은 범죄율을 유지하고 있다. 두 나라의 낮은 범죄율은 도시화와 산업화가 불가피하게 범죄율을 높인다는 일반론을 사실상 무효화시킨다. 일본과 한국이 지금까지 대붕괴에 저항해왔다는 사실은 경제적인 선택을 할 때 문화가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증명한다. 그러면 사회가 어떻게든 파국에 다다를 때까지 도덕적 타락과 사회적 무정부상태를 향한 전진이 계속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아니오'다. 인간은 도덕규칙과 사회질서를 스스로 만들어내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