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해인사의 세계 최대 청동좌불 조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교계 내부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해인사측의 청동좌불 건립 강행에 대한 수경 스님(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 상임대표)의 직설적 비판과 이에 대한 해인사 선방수좌들의 집단 반발이 도화선이 됐다. 해인사의 청동좌불 조성계획이 이처럼 불교계 내부갈등을 불러온 것은 어마어마한 불상 크기 때문. 현재 사찰건물에서 1㎞쯤 떨어진 성보박물관 옆 공터에 들어설 이 청동좌불은 불상 높이만 33m,좌대를 포함하면 43m에 이르고 바닥 길이도 가로 40m,세로 30m에 이르는 초대형 불상이다. 현재 세계 최대 좌불인 홍콩의 목야봉 좌불(높이 26m)에 비해 17m나 높다. 65억원의 공사비는 한 신도의 시주금으로 마련된 상태다. 이런 불사계획이 알려지자 조계종과 해인사 홈페이지에는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팔만대장경을 모신 법보종찰에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도 않는 대불을 조성할 이유가 뭐냐는 게 반대론의 요지. 한 마디로 해인사답지 않은 불사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해인사는 "대불조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해인사 역대 큰 스님이신 자운·영암·성철 스님 때부터 유지가 있어왔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해인사를 스님들의 수행도량으로 지키기 위해 상가 입구에 박물관과 대불 및 수련 부대시설 등을 갖춘 재가신도 신행도량을 만들자는 게 이들 큰 스님의 유지라는 설명이다. 해인사측은 또 "풍수적으로도 청동좌불이 세워질 자리는 배 모양인 해인사터의 뱃머리에 해당돼 청동좌불이 선장 역할을 하도록 눌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자 남원 실상사에서 수행 중인 수경 스님은 주간 '현대불교' 최근호에 기고한 '자운·성철의 죽음을 곡한다'는 글을 통해 "그런 유지를 남긴 게 사실이라면 자운·성철 스님은 나의 스승일 수 없다"며 "(해인사)선방수좌들이 무겁게 침묵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해인사 선방수좌 30여명은 "수경 스님이 큰 스님과 수좌들을 욕보였다"며 조계종 총무원에 징계를 요구하고 지난 18일 실상사로 찾아가 폭력을 행사했다. 실상사(주지 도법)는 20일 해인사에 사람을 보내 선방수좌들의 폭력행사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해인사 청동좌불 조성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갖자고 각 불교단체에 제안했다. 청동좌불 조성은 해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불교계 전체의 문제로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철 스님의 상좌 원택 스님(조계종 총무부장)은 "성철·자운 스님의 유지는 대불보다 재가신도들의 신행도량 조성에 비중을 뒀던 것"이라며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인사측은 "법전 방장을 비롯한 어른(원로)들의 뜻이 워낙 확고하다"며 청동좌불 크기를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