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만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44)씨가 새 장편소설 '어머니'(문이당)를 냈다. 외환위기 이후 가족붕괴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가족이 재결합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에서 아버지에 집중됐던 작가의 시선이 신작에서 어머니로,또 가족전체로 옮겨졌다. 소설은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가족이 철저히 무너지는 데서 시작된다. 아버지(성태)가 수배를 피해 노숙자로 전락하고 보호받는 삶에 길들여졌던 어머니(혜경) 역시 방황한다. 고등학생 딸(은수)과 늦둥이 아들(영웅)은 사실상의 고아가 되면서 은수는 한 때 매춘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영웅은 보호시설에 맡겨진다. 어머니는 절망적인 현실과 정면 대결하면서 점차 강인한 여성으로 탈바꿈하며 희망의 불씨를 지핀다. 그 어머니의 힘은 바로 헌신적인 사랑에서 나온다. 아울러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간의 신뢰를 통해 희망의 싹을 다시 틔운다. 김씨는 올 한식 때 만났던 초등학교 동기생들이 직장에서 밀려나 가정마저 잃은 것을 보고 소설쓰기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지난 4∼5월 40여일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여관에 눌러앉아 탈고했다. 이 소설은 그러나 인물 설정이 진부하고 이야기 전개에서도 작위적인 부분이 많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결국 사실성을 훼손해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감동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된다. 김씨는 "아버지는 이미 힘쓰기 어렵게 됐고 어머니한테서 희망을 본다"며 "이 시대의 마지막 보루인 어머니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