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끝에 17일 밤부터 전국에 '비다운 비'가 내려 숯검댕이가 된 농민들의 가슴이 오랜만에 활짝 폈다. 이 비로 완전해갈은 다소 어렵지만 그동안 시들음 피해를 입었던 밭작물의 해갈이 이뤄지고 아직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일부지역의 모내기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닥을 드러낸 많은 저수지와 하천에 평소와 같은 저수율과 물줄기를 보이기 위해서는 다소 더 비가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역 18일 오전 8시 현재 경기지역에는 이천시 37㎜, 동두천시 34㎜, 시흥시 30㎜, 안성시 11㎜, 등 평균 19.7㎜의 비가 내렸다. 이 비로 그동안 극심한 가뭄속에 바닥을 하얗게 드러냈던 경기북부 일부 하천에 물이 흐르기 시작했으며 실금이 갔던 대부분 논바닥에는 물이 가득했다. 농민들은 날이 밝자 논물을 가두기 위해 들녘으로 나섰으며 일부 농민들은 천수답에 모내기를 하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일부 농민들은 미처 파종하지 못한 콩 등 밭작물을 심기 위해 비옷을 입은 채 들녘에서 바쁘게 일손을 움직였다. 도는 이번 비로 지금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논의 모내기와 밭작물 파종을 모두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시들음과 고사, 고갈 등의 피해를 입은 농경지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115개마을 1만9천600여명에 달하던 제한급수 피해지역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형근 도 농산유통과장은 "오늘과 내일 최고 40㎜가량의 비가 더 올 경우 어느 정도 해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이 비를 제외하고 앞으로 40㎜정도만 더 오면 완전해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 이태원(51.연천군 왕징면 노동리)씨는 "이제는 어느정도 해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늘 아침부터 많은 농민들이 환한 얼굴로 들녘으로 나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지역 강원지역은 최근 내린 단비로 4개월째 이어지던 가뭄이 사실상 해갈됐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이 지역에 내린 강우량은 인제 81.5㎜를 비롯, 화천 79.5㎜, 철원 71.3㎜, 춘천 52.5㎜, 강릉 33.7㎜, 정선 32㎜, 영월 31㎜, 평창 29㎜ 등이다. 또 19일까지 20∼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밭작물 뿐 아니라 막바지 모를 낸 논의 가뭄도 해갈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도내 곳곳에 비가 내리자 철원평야 등 아직 모를 내지 못한 지역의 농민들은 이앙기를 동원, 마지막 모를 심었고 물꼬를 막는 등 모처럼 가뭄끝에 내린 단비를 흘러보내지 않기 위한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김영인(43.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씨는 "아침부터 비가 내려 아직 모를 내지 못한 주민을 도와 끝모를 내고 있다"면서 "그러나 모내기가 늦어 반밖에 수확할 수 없는데다 밭작물의 대파작목 씨앗을 구하지 못해 많은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모내기의 경우 계획면적 4만6천900㏊중 철원지역 12㏊만 남겨놓고 있으나 이날 양수기 200대, 군인 등 450명 등을 동원,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모내기를 마쳤으나 논물이 부족한 춘천, 홍천, 철원, 화천 등 3천857㏊에 대해서도 양수기와 급수차를 동원, 벼 생육에 지장이 없도록 양수작업을 계속 펼치기로 했다. 밭작물은 횡성, 원주 등 일부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이번 비로 파종 및 생육에 큰 도움을 받았으며 콩 48㏊, 고랭지 채소 등 170㏊ 등이 아직 파종을 마치지 못했으나 아직 파종 기간이 남아있는데다 이번에 내린 비로 안전단계에 들어섰다. ◇충청.호남지역 17일 밤 11시부터 대전과 충청지역에 내리기 시작한 단비도 18일 오전 9시 현재▲연기 18㎜ ▲천안 8.5㎜ ▲공주 12㎜ ▲서산 10㎜ ▲홍성 15㎜ ▲부여 5㎜ ▲대전3㎜ 등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 지역에서도 이번 비로 수확감소가 걱정됐던 콩과 고추, 참깨 등 밭작물 418ha(전체 밭작물 재배면적의 1.4%)가 해갈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해갈에는 다소 부족해, 앞으로 50㎜가량의 비가 더 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번 비로 밭작물은 거의 해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모내기 한 논이 해갈되려면 앞으로 50㎜ 이상의 비가 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밤사이 광주와 전남지역에도 지역별로 5-30㎜의 비가 내렸다. 이날 오전 6시 현재 지역별로 ▲여수 36㎜ ▲화순 29.5㎜ ▲구례 13.5㎜ ▲순천6.5㎜ 등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역시 광주와 전남지역에서도 이번 비가 타들어 가던 농작물의 해갈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단비가 내리자 농촌 지역에서는 새벽부터 농민들이 들로 나와 논의 물꼬를 트고 바싹 타들어 가던 밭작물을 돌보느라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비는 19일까지 전국적으로 30-60㎜, 많은 곳은 80㎜까지 더 내릴 것으로 보여 농민들은 물론 전 국민들의 가슴을태웠던 '90년만의 가뭄'은 조만간 완전 해갈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광호.이해용.김재선기자 k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