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을 조판했다는 선원사터인가, 혹은 고려 왕궁터인가 논란이 분분한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 이른바 선원사터(사적 259호)에 대한 올해 4차 발굴에서 길이 38m짜리 대형 건물터가 확인됐다. 이곳이 선원사터라는 동국대박물관 발굴단측의 거듭된 주장과는 달리 그 규모로 보아 고려의 강화 도읍시절 임시궁궐, 즉 가궐(假闕)중 한 곳임을 사실상 입증한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동국대박물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른바 선원사터에 대한 4차 발굴 지도위원회를 갖고 사적지 안쪽 서쪽 지역에서 기단 길이 전면 38m, 측면 18m짜리 대형 건물터를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와 함께 이 건물터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는 총12개의 소형 건물터와 청동나한상, 朴氏(박씨).劉氏(유씨) 등의 글자가 적힌 기와 등 많은 유물을 찾아냈다고 발굴단측은 말했다. 이런 성과에 대해 발굴단은 "현재까지 유구 노출 상황과 출토 유물을 통해 볼 때 선원사터는 가궐터가 아닌 사찰지임이 확실하다"고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 근거로 발굴단은 이곳에서 출토된 대부분의 막새류 기와가 불교와 관련이 깊은 연화문이나 범자문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청동나한상의 경우 일반인들이 개인신앙 차원에서 호신불로 지니기에는 부적당함을 들었다. 이와 함께 발굴단은 사적지 동북 지역에서 집중 발견되고 있는 유씨 혹은 박씨라는 글자가 적힌 막새 또한 가궐터라면 발견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발굴단측의 이런 주장은 첫째, 사찰이라기에는 건물 규모가 너무 방대하고 둘째, 최근 선문대 이형구 교수가 확인한 강화도 전등사 인근 고려의 다른 가궐터 최대 건물이 길이 32m로 나타났으며 셋째, 무엇보다 선원사임을 확인해 주는 명문 기와 등이 단 1점도 출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결함을 안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찰 건물중 가장 큰 것은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으로 27m이다. 따라서 발굴단 주장대로 이곳이 선원사터가 맞는다면 한국 건축사는 다시 써야 한다. 그만큼 이른바 선원사터에서 확인된 건물터는 규모가 장대하다. 이와 관련, 발굴단측은 이곳이 선원사터임이 확실하다는 견해를 거듭 제시하면서도 "일시적으로나마 가궐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거나 "건물 규모의 장대함이나 건물 배치로 보아 어떤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계획 아래 조영됐던 건물터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알쏭달쏭한 견해를 덧붙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