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가뭄에 서울도 타들어가고 있다. 논바닥이 쩍쩍 갈라질 정도로 전국적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요즘 서울도푸르름을 만끽해야 할 신록(新綠)의 계절에 거리의 나무와 꽃, 풀, 잔디가 누렇게 말라들어가고 있다. 상수원이 한강이라 가정의 수돗물은 잘 나오고 있어 가뭄의 피해를 잘 느낄 수없지만 거리를 돌아보면 곳곳에서 죽어가고 시들어가는 자연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구청 공원녹지과 공무원들이나 조경업계 직원들은 죽어가는 잔디, 나무들을 살리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말라가는 잔디, 타는 나무= 서울의 주요 도로변이나 공원 등의 나뭇잎이나 잔디는 누렇게 말라들어가는 현상이 이미 지난 4월말부터 시작됐으며, 특히 올해 이식했거나 새로 심은 나무나 잔디는 더욱 심각한 편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의 경우 땅속 뿌리가 그리 깊지 않은 소나무 등 관목수잎이나 잔디는 이미 누렇게 변색되면서 말라들어가기 시작했다. 올림픽공원 조경을 맡고 있는 태원조경 안광찬(41)소장은 "6월이면 잔디나 나무의 생육이 왕성할 시기인데 가뭄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가뭄현상이 다음주까지 지속된다면 `자연재해'라고 얘기해도 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종로구는 현재 급수차량 4대를 하루 4번 공원과 녹지에 급수를 하고 있는 형편이며, 식목업자들의 급수현황까지 합하면 하루 30~50대의 차량으로 120t 가량씩 부어가며 나무의 목을 축여주고있다. 황규천(48) 공원계장은 "비가 20㎜만 와도 현재 급수하고 있는 물에 비할 바 안되게 많은 효과를 볼텐데 이달에도 비다운 비가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근린공원이 서울에서 가장 많은 노원구청도 지난달부터 매일 2.5t, 4.5t짜리 살수차 2대를 이용, 하루 두세차례식 지하철역사 주변의 지하수를 급수해 공원과 녹지대, 가로수에 물을 주고 있다. 이때문에 직원들이 평소보다 1~2시간 이른 오전 7시정도에 출근, 아침부터 물을주고 있으며 서너명씩 5개팀을 짜 급수작업을 하기때문에 쓰레기 수거 등 다른 민원업무에 차질에 발생할 정도이고 퇴근도 평소보다 1~2시간 늦다. 강병욱(38) 공원녹지과 직원은 "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해갈이 될때까지 녹지에 물을 나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도봉구청 관계자도 "큰 나무야 얼마간 버티겠지만 꽃은 피기 시작하다가 마르고있다"며 "이런식으로 급수하는 것도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1천만그루 나무심기 사업' 차질 우려= 서울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15일까지 서울 강수량은 124mm로 같은 기간 연평균 230mm의 54%에 불과했고, 특히 지난3월1일이후 봄철 강수량은 38.9mm로 연평균 184.8mm의 21%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각 간선도로의 가로수와 녹지대, 공원, 녹화사업지 등의 수목에 대한급수대책에 비상이 걸리며 서울시가 98년부터 추진중인 '1천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심은 나무 175만5천여그루는 제대로 뿌리가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가뭄을 맞아 고사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서울시는 자치구나 사업소별로 가뭄대책반을 편성토록 하는 등 사실상 비상상황에 돌입, 특히 올해 새로 심은 수목에 대해서는 시공업체와 공동으로 급수작업을 실시하는 등 중점 관리토록 지시했다. 고건(高建)서울시장도 최근 열린 간부회의에서 "봄가뭄이 심각한 만큼 소방서와 협조해 소방차를 동원해서라도 시내 수목들에 대한 급수 대책을 마련하라"고긴급 지시했다. 서울시 각 자치구는 현재 하루 평균 122대의 차량과 892명의 인력을 동원해 가로수 5천그루와 녹지대 30만㎡, 공원 24만㎡에 대한 급수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강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중랑천에 떠오른 물고기떼도 가뭄으로 유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상류지역의 국지적 소나기에 밑바닥 오염물질이 떠올라 발생했을 가능성이높다"며 "가뭄으로 팔당댐의 방류량이 초당 200t에서 135t으로 급감해 하류 오염도가 증가, 비상감시체제에 돌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이귀원 이상헌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