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모여서 지배를 낳고/지배가 모여서 전쟁을 낳고... 여자가 뭉치면 무엇이 되나/여자가 뭉치면 사랑을 낳는다네/모든 여자는 생명을 낳네..."(여자가 뭉치면 새 세상 된다네) 지난 1991년 지리산에서 불의의 사고로 타계한 페미니스트 시인 고정희를 추모하는 행사가 2박3일 일정으로 8일 시작됐다. 생전 그가 몸담았던 무크지 '또 하나의 문화'(또문)와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센터(하자센터)의 10대 소녀들이 마련한 자리이다. 또문은 8일 낮 이화여대 교육문화관 대강당에서 추모 심포지엄을 열고 페미니스트 시인이자 여성운동가였던 시인을 회고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슬라이드를 통한 지난 10년 여성운동사의 개괄에 이어 소설가 박완서.최윤과 조한혜정 교수 등이 각 7분간 연사로 나서 나름대로 페미니즘을 풀어냈다. 또문은 운동가와 시인으로서의 고정희의 삶을 기리려 '고정희 상'을 제정, 11월 첫 주 시상식을 갖기로 했다. 앞서 7일에는 고정희 삶의 궤적과 작품 등을 모아 올린인터넷 사이트(www.gohjunghee.net)가 선보였다. 하자센터도 이날 오후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고정희 추모제를 별도로 열었다. 또문과 하자센터는 이어 9-10일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고정희 추모여행을 떠난다. 서울을 출발해 고정희의 시비가 있는 광주와 그의 생가인 해남을 거쳐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고정희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다. 생가에서 치러질 추모제는 가부장적 제사문화를 철저히 배격하고 고인의 시낭송과 군무, 애니메이션, 언어극 등 대안적 제례를 채택한다. 시인은 1948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 한국신학대를 졸업하고 75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초혼제'(83년) 등 여러 작품집을 남겼다. 가정법률상담소 홍보출판 책임자로 일할 때 여성운동을 접했고 '또 하나의 문화'창간 동인으로 당대 대표적 '여성주의' 시인으로 활동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