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토미히로(星野富弘.55)씨는 '꽃의 시화전'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전역에서 200여 차례나 전시회를 가진 중견 화가이다. 1991년 군마(群馬)현 그의 고향 집 부근에 건립된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는 해마다 10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다. 호시노씨의 그림은 소박하다. 지인들이 가져다 준 화분이나 꽃다발, 고향 마을뜰에 핀 꽃나무, 휠체어를 타고 나선 산책길에서 만난 들꽃을 붓가는대로 그린다. '휠체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목 아래를 전혀 쓸 수 없는 장애인이다. 처음부터 화가가 되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선생님이 된 지 두 달만인 1970년 6월 그는 체조수업도중 공중제비를 돌다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훨씬 지나서야 편지를 쓸 수 있게 됐다. 물론 입으로 쓴 편지를. 호시노씨가 병마를 극복하고 시와 그림으로 새 삶을 꽃피우기까지 겪은 9년간의 투병생활을 그린 자서전「극한의 고통이 피워 낸 생명의 꽃」(문학사상사. 김유곤옮김)과 시화집 「내 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 이윤정 옮김)가 동시에 번역돼나왔다. 호시노씨 같은 처지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도 한때는 죽음을 생각했다. 하지만 기독교에 귀의하고 시화(詩畵)에서 삶의 기쁨과 보람을 찾으면서 그는 다시 태어났다. 신체장애인센터 소장의 권유로 열게 된 그림 전시회와 이로 인한 일본 언론과 관객들의 격찬 또한 그에게 큰 힘이 됐다. 두 책은 20년 전에 출간됐지만 여전히 일본열도에 감동을 불어 넣으며 각각 140만권과 200만권이 팔려 나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시화집 「내 꿈은 언제나...」에는 50여편의 시와 그림이 실려 있는데 다른 번역시화집과는 달리 그림과 시의 번역문과 함께 일본어 원문을 실었다. 붓을 입에 물고 힘겹게 써 내려간 글씨 역시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극한의 고통이...」(280쪽. 8천원). 「내 꿈은 언젠가...」(114쪽. 8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