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대하는가. 잘짜인 플롯?인상적인 캐릭터?극적인 감동?잊을 수 없는 명연기? 그렇다면 "미이라2"(The Mummy Returns.16일 개봉)는 잊어버리자. 돌아온 "미이라"는 전편과 다름없이 여름철을 겨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에 철저한 영화다. "로맨틱 액션 어드벤처"를 내건 영화는 스토리는 뒷전이며,어설프게 내용이 있는척 가장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목표는 엄청난 물량공세와 어마어마한 스펙터클로 두시간동안 정신없는 오락을 제공하는 일이다. 고대 이집트의 휘황찬란한 문명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때려부수고,숨돌릴 틈없이 싸우고,쫓고 쫓기며,막무가내로 뭔가를 터뜨려댄다. 시종 핑핑 도는 화면과 귀를 먹먹하게 할 만큼 요란한 굉음은 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는 본분에 충실,또 충실할 뿐이다. "미이라2"는 99년 전국에서 3백50만명을 동원하며 대흥행을 거뒀던 "미이라"의 속편. 같은 감독(스티븐 소머즈)과 같은 배우들(브랜든 프레이저.레이첼 와이즈)이 다시 손잡은 영화는 1편에서 9년을 건너뛴 1933년을 배경으로 삼았다. 전편에서 로맨틱한 키스로 막을 내렸던 어드벤처의 주인공 릭 오코넬과 에블린은 부부가 됐고 8살짜리 아들 알렉스와 함께 런던에서 자리를 잡았다. 대영박물관장을 필두로 한 악의 세력들은 고대 이집트의 전설적인 용사 스콜피온의 군대를 부활시켜 세상을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그를위해 잠들었던 고대 이집트 마법사 이모텝을 다시 부활시킨다. 오코넬 부부의 아들이 스콜피온을 깨울 열쇠인 황금팔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당은 소년을 납치하고 오코넬 부부는 또다시 위기일발의 모험속에 뛰어 든다. 전편을 못봤다 해도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아무 지장은 없다. 어쩌면 전편을 보지 않은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또 저녀석들이군"이라는 대사로 속편이라는 사실을 거듭 각인시키는 "미이라2"는 더 나은 속편을 꿈꾸기보다 전편에서 효력을 발휘했던 장면들을 막강하게 재무장시켜 보여주겠다는 전략을 세운 듯이 보인다. 전편에서 써먹었던 모래바람의 비행기 추격씬이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열기구를 뒤쫓는 장면으로 변용된 것을 비롯해 전편의 기억을 더듬게 하는 장면들이 즐비하다. 모험에,액션에,로맨스에,전생까지 각종 오락 요소들을 뒤섞어놓은 영화답게 미덕은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에 힘입어 더 세지고 강해진 볼거리들이다. 사막을 새까맣게 뒤덮은 괴물군대나,피라미족 미이라의 추격 등 만화같지만 실감나는 장면들을 구경할 수 있다. 늘씬한 미녀들이 검과 삼지창을 양손에 들고 피튀기는 격투를 벌이는 모습도 보너스다. 영화가 끝난후 남는것은? 진이 다 빠져나간 육체. 롤러코스터를 두시간 내내 전속력으로 타고 난 듯한 어지럼증. 그 기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즐거울만한 영화다. 그저 잠자코 화끈하고 아슬아슬한 액션과 어드벤처에 빠지고 싶다면.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