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봄가뭄이 4개월째 계속되면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농경지 용수난은 물론 식수부족으로 제한급수 및 학교급식 중단확대 등 가뭄피해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강원.경기지방에서 시작된 가뭄피해가 충청.경북지방으로 남하하고 있는데다 기상청은 가뭄현상이 이달 하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관측,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봄철인 지난 3∼5월 전국 72개 지역 가운데 66.7%인 48개 지점의 강수량이 지역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같은 기간 최저량을 기록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최저 24.9㎜(충주)에서 최고 377.6㎜(서귀포) 분포로, 예년 평균의 12∼74%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인천(38.5㎜)과 부산(106.3㎜)의 경우 1904년 이래 최소 강수량을 보였으며, 서울은 46.9㎜로 지난 1907년 기상관측 이후 65년 38.8㎜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적은 비가 내렸다. 이에따라 논.밭작물 피해는 물론 식수난까지 심각해져 도민체전이 연기되고 제한급수를 받는 지역이 늘어나는 등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 가장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지역은 생활용수는 물론 식수난을 호소하는마을이 점차 늘고 논과 밭이 메말라 파종을 끝낸 각종 작물이 말라가는 등 피해가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 현재 강원도의 모내기는 4만6천900ha 계획에 4만6천222ha로 99%를 마치긴 했으나 물없이 백답(白沓) 상태로 방치된 678ha와 물부족으로 모가 타들어 가는 논 등 모두 2천525㏊에서 한해피해가 발생했다. 밭작물도 이미 시들어 죽거나 생육에 지장이 초래된 밭면적이 100㏊를 넘어섰으며 고랭지채소의 경우 전달말 파종 면적이 2천86㏊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5㏊가 감소했으며 파종 한계기에 다다른 옥수수 미파종 면적이 700㏊에 이르고 있다. 또 물부족 사태로 제한급수를 받거나 소방차를 통해 식수를 공급받는 지역이 이날 현재 화천.춘천.영월.횡성지역 25개 마을, 2천350여가구인 것으로 집계됐으나 양구군 동면 덕곡2리와 방산면 송현2리 등 3개 마을 40여가구도 식수난을 호소하는 등생활용수 비상급수 마을도 점차 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농민 등은 서해 바닷물이 합류하는 지역의 임진강 물로 모내기한 어린 모가 가뭄으로 논물의 염분농도가 높아지면서 말라 죽고 있다고 주장, 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충북도는 지속되는 가뭄 극복에 행정력을 모으기 위해 오는 13-15일로 예정된제40회 도민체육대회를 잠정 연기키로 지난 4일 결정한 바 있다. 중부지방 가운데 비교적 물사정이 괜찮았던 충남.경북 일부 지역도 제한급수에돌입했으며 이미 밭작물의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충남 공주시는 유구 정수장의 원수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5일부터 해갈이 될때까지 이 정수장에서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유구.신풍지역 1천359 가구의 급수시간을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로 제한한다고 4일 밝혔다. 금산군 금산읍(급수인구 2만2천518명)의 경우 취수원인 봉황천의 수량 부족으로당초에는 이날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주민 불편을 조금이라도 늦추기위해 인근 제원천에서 1천t의 물을 끌어다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비가 계속내리지 않을 경우 머지않아 제한급수를 해야 할 처지다. 극심한 가뭄으로 당진 삽교호도 저수량이 4일 현재 19.4%로 사상 유례없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해 인근 농경지 농업 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 영양지역도 제한급수지역이 늘어나면서 급식중단 학교가 추가로 발생하는등 심각한 물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영양교육청에 따르면 가뭄에 따른 식수난으로 영양읍에 이어 입암면 일대도 하루 두번 두시간씩 제한급수를 시작하면서 입암초교(136명)와 4km가량 떨어진 이 학교 청일분교도 지난 4일부터 급식을 중단했다. 기상청은 "중국 화중지방을 중심으로 고기압이 자주 발달하고 내륙지방에서는장기간 고온건조한 상태가 지속됐으며, 이 고기압이 남쪽으로부터 수증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으면서 우리나라에 건조한 상태가 초래됐다"며 "이달 상순까지 맑고 건조한 날이 계속되다 남부지방은 중순께 강수량이 증가하겠지만, 중부지방은 하순께 장마가 시작되면서 가뭄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우명.김인철.임상현.유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