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작가 미아 윤의 장편소설 "파란대문 집 아이들"(원제 House of the Winds.이끌리오)이 번역출간됐다.

윤씨는 지난 81년 대학(외국어대 영어과) 졸업후 도미한 이민1세대임에도 불구,미국인들이 탄복할 만큼 능란한 언어구사로 미국문단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체험을 녹여낸 자전적 소설이다.

60년대초부터 80년대초까지 서울에 살던 한 어린소녀의 20년간에 걸친 성장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60년대초 정릉 산동네 골목길에 있는 파란대문 집.

그곳에는 소프라노를 꿈꾸던 몽상가 언니,수줍음을 많이타던 막내 나,나를 알뜰하게 챙겨주던 착한 오빠,우리 3남매에게 언제나 꿈과 희망을 심어주던 엄마,사업을 한답시고 밖으로만 나돌던 아빠 등 다섯 명의 가족이 산다.

그 ''유년의 뜰''에는 배추밭과 화단이 있었고 화단속에는 분꽃 채송화 금잔화 나팔꽃들이 만발하곤 했다.

그곳을 노닐던 나비는 ''어린소녀의 영혼''이라고 엄마는 일러줬다.

소녀가 잠잘 때 빠져나온 영혼이 나비로 변했다고.

엄마는 우리남매에게 늘 꿈을 얘기하지만 ''요술지팡이로 돈을 만드는 방법''을 몰라 궁핍한 살림을 꾸린다.

가족은 수년후 화초도 없는 산동네로 떼밀려 가고 아빠는 현실에 적응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언제나 부재중''이던 아빠의 빈자리는 엄마 몫이다.

나는 자라면서 엄마가 감당못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고 연민의 정이 깊어진다.

작품 전편에는 엄마의 한과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배어난다.

미군병사에게 농락당한 이웃 언니,꿈을 못펴고 시골아낙으로 전락한 사촌언니의 삶에서도 한국여성의 한이 스며있다.

작가는 1960∼70년대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따스하고 정감있게 묘사함으로써 가난했지만 꿈이 있었던 우리네 삶을 반추시킨다.

유년기의 시각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음미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 작품은 지난 98년 첫 출간된 이래 아시아태평양미디어협회로부터 그해 미국에서 출간된 아시아 최우수도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