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출신 작가 김성동(54)씨가 새 장편 ''꿈''(창작과 비평사)을 펴냈다.

''만다라''(1978) 이후 20여년 만에 내놓은 불교소설이며 ''국수''(1995)이후 6년 만의 신작이다.

지난 99년부터 지난해까지 ''불교신문''에 연재됐던 ''꿈''은 젊은 승려 능현과 여대생 정희남의 꿈같은 사랑과 구도의 문제를 정제된 문체로 그려낸 작품.

이 소설은 도입부에서부터 여인을 향한 능현의 번민이 심상찮은 앞날을 예고한다.

''파계(破戒)란 고깃덩어리 살과 살이 부딪치며 파고 들고 끌어당기는 육체관계를 말하는 것일까.

금강(金剛)처럼 굳은 믿음의 허물어짐과 심신의 추락을 이름하는 것일까''

십여년간 수좌로 지낸 능현은 어느날 미모의 여대생 정희남을 만난 뒤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여인은 능현을 문학의 길로 인도한 뒤 돌연 자취를 감춘다.

능현은 종교잡지사에 소설을 응모해 당선되지만 불교계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승적에서 제적되고 만다.

능현이 만행에 나선 지 3년 만에 여인이 다시 나타나 사랑이 시작된다.

두 사람은 파계를 했으면서도 해탈에 이르렀던 삼국시대의 광덕과 엄장스님 처럼 살고자 한다.

그러나 여인이 사라지면서 능현의 짧은 행복은 꿈인지 현실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능현과 여인의 만남 및 헤어짐은 흡사 ''삼국유사''의 조신설화(調信說話)를 연상시킨다.

사모하던 여인과 승려 조신의 40여년간 삶이 한나절 꿈이었듯.

소설은 다분히 자전적이다.

김씨는 지난 65년 고교를 중퇴하고 입산해 10여년간 불문에 귀의했다가 1976년 하산했다.

75년 주간종교지 종교소설 공모에 ''목탁조''가 당선됐지만 불교계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등록도 하지 않았던 승적에서 제적됐기 때문.

이른바 ''무승적제적''1호의 주인공이다.

김씨는 "전작 ''만다라''에서는 인생의 연륜이 덜했던 탓에 불교의 심오한 경지에 접근하지 못했다"면서 "50대에 들어서야 불교와 첫 정면대결을 벌였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