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는 속세를 떠나 진리를 찾는 이들의 수행처다.

수행자들은 이곳에서 새벽부터 밤늦도록 오직 깨달음을 얻기 위해 생활한다.

먹고 자고 숨쉬는 것,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구도의 과정이다.

그러나 산중 수행자들의 일상을 일반인들이 직접 접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탓이다.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김현정(32·상명대 박사과정)씨가 15년여의 사찰 체험을 풀어놓은 ''산사에서의 하루''(문원북·1만원)는 이런 궁금증을 일부나마 풀어준다.

사찰의 하루는 인시(寅時)가 시작되는 새벽 3시,만물을 깨우는 도량석 목탁소리로 시작된다.

목탁소리와 함께 이 방 저 방에 불이 켜지고 새벽예불을 준비한다.

범종 법고 운판 목어 등 사물의 소리에 이은 새벽 예불(3시30분 전후),발우공양(6시)과 청소,강원과 선원에서의 공부와 참선,사시(巳時·오전 9∼11시)에 재를 올리는 ''사시마지''(11시)로 오전은 휙 지나간다.

오후엔 밭을 일구는 등 여럿이 힘을 합쳐 일하는 울력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다.

온 몸이 녹아내릴 만큼 바쁜 하루를 보냈어도 저녁공양(오후 5시),저녁예불(오후 6시) 때에는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나'' 참회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오후 9시면 법당 앞 장명등(長明燈)만 남긴 채 모든 방의 불이 꺼진다.

그렇다고 수행자의 일상에 여유가 없을 수 없다.

아침 공양이 끝난 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도반들과 나누는 ''맑은 이야기''는 동양화의 여백처럼 한가롭다.

이 책에서 계절별,시간대별로 절집 풍경을 담은 원색 사진들과 경전,선시,동양고전 등에서 가려뽑은 글들은 몇번이고 되새길 만하다.

사찰의 각종 의례와 의식구,일상사에 담긴 의미도 새롭다.

저자 김씨는 "국 한 술에 배부를 리는 없지만 한 수저만으로도 그 맛을 알 수 있으니 산중의 하루를 빌어 그 향을 얻음으로써 평생의 수행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