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윤대녕(39)씨가 새 장편소설 ''사슴벌레 여자''(이룸)를 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인터넷을 매개로 한 기억이식과 사이보그(인조인간)적 삶이란 독특한 소재로 기계화되는 인간의 고독 그리고 그것을 방관하는 현대사회의 비극적 구조를 폭로한다.

기억을 제대로 회생시키지 못하는 해리성기억상실에 빠진 주인공 이성호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 버려진다.

어느날 그는 ''노란장미''란 아이디를 쓰는 라면요리사 서하숙을 만나 동거에 들어간다.

서하숙은 이성호에게 자신처럼 인터넷상의 사슴벌레 판매루트를 통해 기억이식을 받을 것을 권유한다.

사슴벌레는 기억을 이식받은 사람에게 새겨지는 문신으로 빅브러더에 의해 조종되는 ''인간의 사이보그화''를 상징한다.

이성호는 냉혈한의 기억을 이식받고 ''맹목적인 살해욕구''에 시달린다.

이성호와 서하숙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보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서있는 사이보그의 삶을 선택한다.

결국 이들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정체성을 잃은 현대인들의 자화상에 다름아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