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한 젊은 주부가 영국 해변도시 브라이튼에 구멍가게를 열었다.

비즈니스 경험도 없고 경영이론을 배운 적도 없는 새댁.

그녀는 작은 ''바디샵''을 운영하면서 점차 생존에 관한 원리를 터득했다.

사업을 잘 한다는 것이 돈만 많이 버는 건 아니라는 이치도 깨달았다.

지금 ''바디샵''은 50여개국에 1천8백개의 매장과 9천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세계적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화려한 명성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바디샵은 현재 환경브랜드 파워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 창업자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우먼이 된 아니타 로딕.

그녀가 직접 쓴 ''영적인 비즈니스(BUSINESS AS UNUSUAL)''(이순주 옮김,김영사,1만1천8백원)는 영혼의 힘과 기업 경영철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준다.

아니타 로딕은 "경영대학원을 나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할 만큼 자신만의 뚜렷한 기업관을 갖고 있다.

어떤 경영학 이론이나 교과서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독특한 마인드가 바디샵을 키운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바디샵은 광고에 미인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동물들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홍보용 비디오에는 멕시코나 남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자연 속에서 새 상품의 원료를 찾고 그것을 자기 몸에 직접 실험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미의 고정관념에 반대하는 풍만한 몸매의 ''루비''인형,여성의 자아와 실체를 존중하는 ''풀 보이스''잡지를 선보인 것도 그의 남다른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는 홍보 방법까지 특이하다.

그냥 기업 홍보나 제품 광고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정보와 교육,행복을 찾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중 하나는 실종자를 찾아주자는 전단 차량 12대를 영국 전역에 돌아다니게 한 것이다.

이 게릴라 마케팅 전략은 바디샵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대단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녀는 이 책에 최고의 브랜드인 ''THE BODY SHOP'' 로고가 고작 25파운드였다는 사실,벽의 습기 자국을 가리기 위해 칠한 ''녹색''과 돈이 없어 시작한 ''재활용''이 회사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 사연 등 뒷얘기까지 흥미롭게 들려준다.

''아니타 로딕만큼 제품과 사회적 명분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킨 기업가는 없다''(비즈니스위크)는 평가처럼 그녀는 사업과 인생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고 키워냈다.

갸스통 바슐라르가 말한 인생의 세가지 요소를 두루 갖춘 셈이다.

아이같은 순수함과 낙천적인 여유,그리고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바로 그것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