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패션계의 화려한 주역이라면 판매사원은 업계를 움직이는 숨은 실력자다.

특히 판매사원중 최고 책임자인 숍마스터는 억대 매출을 가볍게 좌우하는 "판매 연금술사".

업체 입장에서는 시즌이 바뀔 때마다 누구를 숍마스터로 데려오느냐가 중대 과제가 될 정도다.

롯데 본점과 현대 본점 등 A급 매장 숍마스터에게는 1억원을 넘는 몸값과 고급 승용차가 옵션으로 제공되는 등 파격적인 대우가 따라다닌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판매 현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노련한 숍마스터를 데려오기 위한 스카우트전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정상급으로 평가되는 숍마스터는 50명선.

이 가운데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마인 매장의 구미경, 베네통 매장의 김선애, 신세계 본점 시스템에 있는 김영점, 현대 본점 미샤 매장의 홍미화, 롯데 본점 오브제의 이경남씨 등이 마스터중 마스터로 꼽히는 ''특급 숍마''들이다.

구미경씨는 갤러리아 마인을 전국 40여개 마인 매장중 판매 1위 점포로 키워냈다.

월매출은 2억원에서 3억원대.

이 백화점 여성복팀 오원만 팀장은 "고객관리와 매장관리는 물론 디자이너 못지않게 옷을 가려내는 실력도 탁월하다"고 구씨를 평가했다.

김선애씨는 올해 숍마스터 10년차에 들어가는 베테랑.

그동안 맞이한 손님의 얼굴과 나이는 물론 스타일까지 달달 외울 정도의 열정으로 베네통을 캐주얼 코너의 톱브랜드로 자리매김시켰다.

김영점씨는 신세계 본점에서 7년, 시스템에서만 11년째 근무하고 있다.

고정고객이 대부분인 신세계 본점 특성상 철저한 고객관리가 필요하지만 그보다 손님이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는게 그의 판매철학이다.

홍미화씨는 경력 15년차로 두둑한 배짱과 뛰어난 판매력을 갖춘 숍마스터로 소문났다.

5년 전 미샤를 맡은 이후 매월 1억5천만~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경남씨는 매출이 저조한 매장마다 파견돼 불을 지피고 돌아오는 오브제의 특급 숍마로 통한다.

또 판매경력 20년에 50대 숍마스터이자 부인대상 브랜드중 최고 매출을 올리고 있는 부르다문 원복자씨(롯데 본점)와 앤클라인Ⅱ의 한선미희씨(현대 무역), 김연주부티크의 정병의씨(현대 본점) 등이 업계에서 탐내는 숍마스터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과 브랜드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필요로 하는 여성복은 숍마스터에 의해 매출이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특히 베스트 숍마의 경우 디자이너와 영업맨 역할까지 하는 등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