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랑스 출판계가 서적의 TV광고 허용여부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시끄럽다.

시대 착오적인 서적류 TV 광고 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책을 소비재와의 과다 경쟁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74년 서적류의 TV 광고를 전면 금지했다.

이에따라 프랑스의 책 광고는 거의 신문과 잡지 등 인쇄매체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작가 소개와 작품 내용 요약이 주를 이루던 관행을 깨고 독특한 광고 마케팅을 벌이는 출판사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그라세 출판사는 작가 얀 모아(Yann Moix)의 신간 ''아니스타 코르토'' 광고로 책표지 사진과 함께 ''아펠 모아(Appelle Moix) 0662073584''라는 선정적인 문구를 넣었다.

모아(Moix)는 작가의 이름이지만 불어로 ''나''를 뜻하는 모아(Moi)와 발음이 똑같다.

즉 직역하면 ''작가 모아에게 전화를 해라''는 것이지만 듣기엔 ''나를 불러달라''란 뜻으로 폰팅 원조교제 광고에서 주로 사용되는 문구이기도 하다.

그라세의 이같은 광고 전략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일부 출판사들도 지하철 역내에 대형 포스터를 싣는 등 프랑스 출판계에서는 ''엽기적''이라 할 수 있는 광고 경쟁에 뛰어 들었다.

특히 최근엔 서적류 TV광고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그라세 출판사를 주축으로 한 TV 광고 찬성론자들은 "요즘 멀티미디어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책과 가깝게 하기 위해선 이들을 지배하는 TV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신성한 문화상품인 책을 스파게티와 세제같은 일반 소비재와 함께 광고하겠다는 발상은 문화에 대한 불경죄"라며 반론을 편다.

또 "비싼 TV 광고료를 볼 때 이는 결국 대기업 계열 출판사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불평등 게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출판계의 TV 광고 찬반 논쟁이 격화되자 문화부는 서적 TV 광고 허용 여부를 검토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화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worldonlin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