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봄비로 잠들었던 뿌리를 뒤흔드는 달.메마른 대지에서 찬연한 생명을 일궈내는 고통을 역설한 말이라 했다.

실로 찬란하다.

목련은 탐스런 꽃송이를 펑펑 터뜨리고 개나리 진달래는 어느새 거리에 고운 봄빛을 흩뿌려놨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마른가지를 뚫고 나온 연두빛 이파리다.

벨벳처럼 부드럽고 소녀의 입술처럼 수줍게 물오른 그 잎사귀! 불현듯 그 파릇파릇한 놈들을 한주먹 뜯어서 입에 털어넣고 싶은 욕구가 치민다.

아삭아삭 씹어 넘기면 온몸가득 달콤한 향기와 봄의 생기가 퍼져나갈 듯 하다.

그가 "잘나가다 왠 먹는 타령이냐"며 산통을 깬다.

어쨌든 여심을 동케 하는 계절이 왔다.

우리는 "미술관옆 동물원"에 가는 길이다.

과천 서울대공원은 미술관에 동물원에 서울랜드까지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 좋지만 봄에는 특히나 자연의 생기가 듬뿍하다.

커플들의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 할거리가 많지만 산책을 즐기는 커플들에게는 대공원 산책로를 특히 추천할 만 하다.

대공원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외곽도로는 살짝 몽오리진 꽃나무들이 산책의 기쁨을 만끽하게 한다.

3천원짜리 리프트를 타면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 미술관등의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15분여동안 그와 함께 하늘을 나는 기분이 그만이다.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돌아봐도 좋겠다.

토요일에는 오후 3시에는 대강당에서 무료영화도 볼 수 있다.

14일 "카사블랑카",21일 "타이타닉"등을 볼 수 있다.

미술관 앞마당에 조성된 야외조각전시장은 우아하게 거닐기에 최고다.

서울랜드에서 오랜만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소리지르는 것도 재미있고 입구쪽에서 열리고 있는 봄꽃축제 "꽃향기 페스타"도 기분전환 효과가 그만이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꼭 한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미술관과 동물원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길에서 영화 "미술관옆 동물원"에서 춘희처럼 그의 볼에 가볍게 뽀뽀한번 해주자.봄기운이,그와의 사랑이 한껏 무르익는다.

김혜수 기자 dearsoo@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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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 = 서울대공원앞에 대형주차장이 있다.(종일주차 2천원)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에서 하차해 1번 출구로 나간다.

동물원에 가려면 코끼리 열차를,현대미술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20분간격으로 운행하는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