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꽃나무를 뽑아 낸 일 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 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 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