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1980년대 후반 일본 게이오대 경영학석사(MBA)과정은 치열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 매일 수업이 실시됐다.

전 과목이 케이스 스터디로 진행됐던 탓에 일주일에 10개 이상의 케이스를 숙독하고 정리해 수업에 임해야 했다.

참고 서적까지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이런 지경이라 일반 서적을 읽는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틈을 내 단숨에 읽었던 책이 있다.

당시 일본의 비소설 분야에서 꽤 오래 1위를 했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30통의 편지''라는 서간집이다.

국내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삼중당에서 출간됐다.

저자 킹슬레이 위드라는 사람은 큰 회사를 경영하던 중 암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자신의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한 아들에게 유언의 의미로 30통의 편지를 쓰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결국 암을 극복하게 되고 이 편지를 모아 책으로 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경영학을 이론으로 배운 사업가에 대한 경고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제시한다.

미국 서부의 국도변에 조그마한 레스토랑이 있었다.

맛있는 햄버거와 스테이크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절한 주인 노인 덕에 꽤나 장사가 잘 됐다.

노인에게는 동부의 명문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노인에게 엄청난 이야기를 한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불경기가 오고 있으니 아버지 레스토랑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인원을 감축하고 메뉴를 간소화해야 하며 쓸데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서도 안된다는 것.

노인은 자랑스러운 아들의 충고대로 실행에 들어간다.

노인은 문 밖에서 손님을 맞이하거나 대신 주차해 주는 일을 그만 두고 일손이 모자라는 주방에서 일을 한다.

손님과 쓸데없는 대화를 줄이고 덤으로 주던 음식 서비스도 중단했다.

잘 팔리는 음식 위주로 매뉴를 간소화했다.

그러자 식사 시간이면 줄을 서던 손님이 점점 줄어들었다.

항상 들렀다 가던 트럭 운전사들이 그냥 국도변을 지나쳤다.

매출은 점점 줄고 일손이 부족해 힘들어 하던 종업원들은 자주 그만 두곤 했다.

결국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노인은 레스토랑의 문을 닫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역시 우리 아들의 예상이 맞았군.대단한 불황이구먼!"

이론이란 게 적용하기에 따라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례를 저자는 정확하고 쉽게 설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