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경기 중 바람이 바뀌는 것을 먼저 파악한 사람은 풍력을 살리기 위해 돛을 조정하고 상대편의 바람을 차단한다.

이것이 ''조정''이다.

1970년대 시티은행이 현금자동출납기로 24시간 서비스한 것이 그 예다.

상대방도 곧 풍향을 파악하려 애쓴다.

그 행동이 바로 ''적응''이다.

현금출납기를 설치할 예산이 없었던 케미컬은행은 소비자금융을 포기했다.

상황이 돌변해 폭풍으로 바뀌면 돛을 내리고 모터를 이용해 항구로 돌아간다.

이것은 ''방향 재설정''이다.

절망에 빠진 상대가 구조를 요청해 오는 것은 ''재건''에 해당한다.

일본 자동차의 위협을 파악하지 못했던 크라이슬러는 파산을 앞두고 경쟁기업인 포드자동차에 도움을 청했다.

이상은 ''변화의 챔피언''(데이비드 네들러 지음,도근우 옮김,21세기북스,1만3천원)이 보여주는 기업변화의 4가지 유형이다.

저자인 뉴욕 델타컨설팅그룹 회장은 20년간 1백개 이상의 기업을 컨설팅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풍 앞에서 휘청거리는 경영자들에게 "지금 당장 기업을 재창조하라"고 촉구한다.

그가 일깨우는 ''변화 실패의 이유''를 먼저 보자.

첫째 최고경영층이 개인적인 헌신과 참여를 포기하고 변화의 리더십을 남에게 맡겨버린다.

둘째 적임자도 아닌 소수의 사람들이 밀실에서 만든 계획을 준비하지도 않은 비협조적 조직에 강요한다.

셋째 경영 간부가 다른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특정 전략에 집착한다.

넷째 불완전하고 편향적인 정보에 의거해 중대한 결정을 한다.

다섯째 조직 변화의 어려움을 일거에 해결해줄 마법열쇠가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희망을 품는다.

저자는 이같은 분석 위에 ''지적 자본'' ''조직의 대처능력'' ''조직의 기본 구조'' 등 3가지 경쟁우위 변화전략을 제시한다.

지적 자본이란 조직의 집단적 지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몇천명의 전문 연구진을 인터넷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제록스가 인재풀로 기술력을 높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

조직의 대처능력은 구성원들의 목표달성 능력을 말한다.

일본 캐논은 한가지 제품이 성공하면 그 검증된 기술을 기초로 다른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3M의 기술혁신과 히트상품 개발 능력도 여기에 속한다.

조직의 기본 구조는 집단적인 지식과 역량을 발휘하도록 시스템을 잘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보를 공유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변화에 떠밀리지 않고 혁신을 주도해야 할 CEO들에게 뱃길의 나침반같은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