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가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봄나들이다.

경춘선은 거창한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기에 제격이다.

하루만에 가뿐하게 다녀올수 있는데다 구비구비 여행의 낭만이 듬뿍해서다.

청량리역 광장엔 등짐을 몇개씩 짊어맨 젊은이들이 바글거린다.

이른바 "MT" 행렬.

시끌벅적한 무리속에서 여학생들의 명랑한 웃음이 까르르 굴러다닌다.

싱그러운 청춘들의 모습위에 학창시절 기억들이 겹친다.

표를 끊고 기차에 올랐다.

정겹다.

기차안 풍경은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

오징어 땅콩을 파는 손수레 아저씨의 목청도 예나 다름없다.

창밖으로 봄기운이 물씬하고 소풍이라도 떠난듯 기분이 들뜬다.

이어폰 하나로 나눠 듣던 라디오에서 유머가 흘러나온다.

"키"로 구분해본 남자의 5등급.

"키도 크다-키만 작다-키는 크다-키도 작다-배마저 나왔다"

그럴듯하다.

조사 한끝에서 갈리는 엄청난 차이라니.

그가 멋쩍게 말한다.

"난 최하급이네"

어쩌나.

그만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표를 내지는 않지만 서운했을 것 같다.

못내 마음에 걸린다.

춘천에 오면 왠지 닭갈비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서울에도 닭갈비집이야 지천이지만 왠지 춘천에서 뜯는 맛이 남다르다.

역 앞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명동 부근에서 내리면 된다.

춘천역에서 걸어서 10분거리인 공지천도 가볼만 하다.

유명한 카페 "이디오피아의 집"(033-252-6973)도 그대로 있다.

옆에 새로 조성된 조각공원을 둘러봐도 좋고 의암호를 따라 난 산책로를 걷는 것도 괜찮다.

기왕 간김에 보트도 빼놓을 수 없다.

물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지만 멀리 보이는 수려한 풍광은 가슴을 탁 틔워 준다.

체신없이 발로 굴러 가는 "백조보트"보다는 아무래도 노젓는 보트가 무드 있다.

노잡는 폼이 영 익숙해 보이지 않는 그가 열심히 노를 젓는다.

등에 닿는 햇살이 따사롭고 햇살을 닮은 그의 미소가 눈이 부시다.

그는 "마음까지 착한" 남자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 교통편...청량리역에서 새벽 5시25분부터 1시간 안팎 간격으로 기차가 있다.

춘천에서 돌아오는 막차는 밤 10시20분이다.

오가는 시간은 1시간45분정도.

무궁화 일반 기준 4천7백원.

소양댐, 청평사 같은 주변 관광지도 좋다.

춘천행 기차안에서 "춘천가는 기차" 노래를 들으면 그 느낌이 또 새롭다.

춘천넷(www.chunchon.co.kr)에 관광정보가 알차다.

(033)241-7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