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메카 파리에서 최근 한국 디자이너들이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년전 혜성처럼 나타나 프랑스 언론으로부터 격찬을 받은 김지해씨는 올해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오트쿠튀르 협회 회원이 되는 영광을 얻었다.

뉴욕에서 활동하다 2년전 파리에 진출한 김은화씨 역시 이번 파리 컬렉션 기간중 현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올해 처음 독립 브랜드로 파리 컬렉션에 참가한 이정우씨의 작품 발표회장에는 프랑스 패션계의 대부 디디에 그랑박 오트쿠튀르협회장이 참석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얼마전부터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프랑스 현지 매장들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94년 개인 부티크를 개장한 이영희씨의 성공적인 현지화를 계기로 파리엔 한국 디자이너 매장이 여러 개 생겨났다.

특히 90년대 초반 현지에서 패션을 공부한 유학파들의 활동이 부쩍 눈에 띤다.

이들은 한국전통 의상에 현대적 컨셉을 접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매장도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과 개성에 맞는 지역특성을 살리는 한편 사업성도 염두에 두고 관광명소와 문화 중심가 등 길목 좋은 곳에 자리잡았다.

대표적 유명 디자이너 이영희씨는 파리 진출에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일명 파리의 강남이라 불리는 리브 고슈의 생제르맹 세브르 바빌론 지역에 고급 매장을 갖고 있다.

1층은 패션 전문 부티크이며 지하층은 실내 장식 전문 "매종 데 조브제"로 꾸며져 있다.

이영희씨의 생활 소품은 파리 시내 유명 호텔 실내 장식품으로도 인기다.

올해로 9년째 파리 프레타 포르테에 참가하는 이영희씨는 중상류층 단골 고객이 상당히 있다.

미국 유명 영화배우 죤 말코비치는 파리를 방문할 때마다 이영희 부티크를 찾는다.

프랑스 유명 패션 그룹 헤르메스 회장 부인도 그의 옷을 입는다.

바스티유 오페라와 함께 파리의 새로운 문화 중심가로 떠오르고 있는 마레 지역에도 한국인 매장이 있다.

박일권씨가 3년전 브랜드명 "이루"로 개인 매장을 개설했다.

마레는 화랑 밀집 지역으로 1백미터 거리에 프랑스 대문호 빅톨위고 박물관이 있어 사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바스티유 오페라 부근의 쟝-폴 고티에 매장과 함께 새로운 패션가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소재 원단에 블루와 메탈 은빛 색상을 주로 사용하는 박일권씨는 사이버 컨셉의 미래형 의상을 추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영국의 젊은 고객이 특히 많다.

개인 브랜드 매장 개설 직후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년 2회 컬렉션을 발표하는 꾸준함을 보인 그는 최근 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겨울 밀레니움 호텔에서 열린 패션쇼는 자신의 돈 한푼 안들인 작품 발표회였다.

장소는 호텔 측이 제공했으며 모델과 소품 등도 프랑스 기업의 협찬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파리 상공회의소로부터 프랑스 신진 디자이너의 일원으로 뉴욕 고급 기성복 전시회 참가 추천과 경비 지원을 약속 받기도 했다.

오는 5월에는 경복궁에서 열릴 SFAA 패션쇼에 참가할 예정이다.

파리 중심부 퐁피두 센터 부근의 대형 쇼핑 몰 포럼 레알 에도 한국 디자이너 매장이 여러개 있다.

레알은 19세기 에밀 졸라 작품의 배경으로 자주 나왔던 파리 종합 시장.

그러나 70년대 도시계획으로 파리 최대 현대식 쇼핑가로 변모했다.

파리 시내 최대 쇼핑몰인 포럼 레알 지하 1층의 "에스파스 젠느 크레아퇴르"는 유능한 젊은 디자이너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곳엔 창작성과 제품의 질을 기준으로 선정된 50여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으론 MGM 패션 스쿨 출신의 김숙영씨를 비롯해 조은씨,유일한 남성복 전문 디자이너 조민수씨 등 세명이 입점해 있다.

이곳의 매력은 재능있는 디자이너 제품을 비교적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들중에는 포럼 레알 "에스파스 젠느 크레아퇴르"를 거쳐간 사람들이 꽤 있다.

겐죠의 질 로지에와 이자벨 마랑는 포럼 레알에서 성장한 대표적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