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회구성원들이 지나친 경쟁을 피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체득한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시장을 무대로 경쟁하고 활동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순환논리가 통할 수 없다.

기업에는 궁극적으로 무엇이 왜 좋고 나쁜지가 분명하게 정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듭되는 시행착오를 통해 치러야 하는 학습비용이 터무니없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지금 우리처럼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기까지 한다.

국내 기업의 경영구조가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많이 개선됐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전근대적인 모습이 남아 있고 기업의 소유 및 경영구조 개선도 미진한 현실을 보면서 아쉬울 때가 많았다.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 경영,원칙으로 승부하라''(이성용 지음,한국경제신문,1만2천원)의 출간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 하겠다.

시중에 많은 경영학 교본이 있으나 지나치게 이론 중심으로 돼있고 예비 경영인들이 학문의 본래 취지와 달리 시험공부하듯 경영학을 접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중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 저자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과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해 나가면서도 경영상의 목표 (예컨대 주주가치의 창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것이 좋고 나쁜 것인지의 기준을 명확히 한 점 등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 책은 허공에 떠있는 개념들을 현실의 세계로 끌어내리는 것과 함께 ''좋은 것''이라 해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적 현실 역시 경계하고 있다.

본인도 이 책을 통해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한국기업의 현실적 문제점과 대안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깨닫게 됐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미국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그저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 추진한 ''6시그마(Six Sigma)'' 개념이 한국에서 왜 시기상조인지,기업의 ''핵심역량''의 과제가 빈번한 해외충격과 급격한 시장변동 사이에 놓인 한국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외국에서 성장하고 공부한 저자가 한국을 깊이있게 이해한 뒤 한국기업을 철저하게 컨설팅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영어 원문을 적고 이를 전문 번역가가 번역했다는 사실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경영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념을 둘러싼 한글 영어간 호환성 부족과 혼란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사고의 혼동을 경험했기에 이 책의 값어치는 더욱 높다 하겠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인들을 비롯한 많은 경제주체들이 단순 암기를 통해서는 깨닫기 어려운 경영마인드를 이 책을 통해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유시열 전국은행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