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라 성격이 유쾌해서 전국 음반회사가 거절한 무명그룹 비틀스에 녹음실을 내줬다는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조지 마틴(75).

EMI에서 일하던 1962년 비틀스의 첫 앨범을 녹음한 후 이 세계적 그룹의 거의 모든 곡은 그의 손을 거쳤다.

이 노래들을 EMI가 재편집한 앨범''1''이 출시 석달만인 지난달 34개국에서 1위를 하며 비틀스 열풍을 재현하고 있다.

"10년간 비틀스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그룹이 해체됐을 땐 보기 싫은 마누라와 헤어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죠.이제 신인도 발굴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비틀스는 그에게 특별하다.

"내가 녹음한 노래들을 전세계가 듣고 있다는 엄청난 행운은 아무나 얻는 게 아닙니다.비틀스의 남은 멤버들은 아직도 가끔 만납니다.옛날 이야기를 하는 거죠"

마틴의 명성은 말 그대로 전설적이다.

98년 일선에서 은퇴하기까지 48년간 7백장이 넘는 음반을 녹음했고 이중 30곡이 영국에서 베스트싱글에 랭크됐으며 5개 곡이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런던 북서쪽 외곽에 있는 19세기에 지은 교회를 사들여 손질한 에어(AIR)스튜디오에는 음악인이 아닌 ''할리우드 영화쟁이''들이 찾아온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뮤지션 한스 짐머는 이 스튜디오에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배경 음악을 녹음해 골든글로브 영화음악상을 받았다.

영화 ''잉글리시페이션트'' ''초콜릿''과 수많은 BBC드라마 배경음악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요새는 스튜디오에 들러 사람들이 기분 좋게 일하는지 둘러보는 게 일입니다.기분이 좋아야 연주가 잘 되거든요"

런던=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