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를 TV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에게는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출연배우는 어떤 생각일까.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도 연타석 흥행홈런을 날린 이병헌(31)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그는 오는 14일부터 시작하는 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연출 이장수·오후 9시55분)을 통해 오랜만에 미니시리즈로 안방 시청자를 찾는다.

"매번 마음 속으로는 영화에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제 개인적으로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훨씬 재미있고 좋아요"

그는 이번 드라마 출연 때문에 배우로서 평생 한번 올까말까하는 국제영화제(베를린영화제) 참석기회를 날렸다.

''JSA''촬영 당시 "국제영화제에 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따라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방송국과의 계약이 만료되면 당분간 드라마에서 그를 보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을 인터뷰중 자주 받았다.

"10년쯤 뒤에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기억해줄 시청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영화는 달라요.흥행에 관계없이 관객의 마음 속에 10년 아니 평생동안 남아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릴적 지녔던 영화에 대한 동경이 연기경력 10년의 그에게 이제 또렷하게 인생의 지향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영화에서의 연이은 성공후 첫 출연하는 드라마라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지만 그의 대답은 태평스럽다.

"원래 흥행이나 시청률에 그렇게 민감한 성격이 아니에요.평생 할 일인데 매번 흥행에 신경쓰고 살면 피가 말라 못 살거예요"

''아름다운 날들''에서 이병헌이 보여줄 민철역은 여태까지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국내 최대 음반사의 후계자로 냉정함과 강한 카리스마를 함께 지닌 인물이다.

민철의 성격을 잡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단다.

"정말 제 머리를 아프게 한 인물이었어요.주위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매번 바뀌는 성격이에요.감독님이 짜증을 낼 정도로 상의하고 물어봤어요"

그는 "배우가 자신이 맡은 인물의 당위성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반쪽자리 연기밖에 못한다"고 말했다.

"제가 평소 성격은 덜렁대도 일할 때는 완벽하게 하고 싶거든요"

이런 그를 두고 이장수 감독은 "과거 청춘스타였던 이병헌이 이제 감독과 관객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30대의 ''배우''가 됐다"고 평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