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따스하다.

아랫녘에는 꽃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본격적인 꽃나들이는 조금 이른 편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문인들의 글향기 가득한 곳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3월에 가볼만한 곳을 소개한다.

<> 당진 필경사

심훈문학의 산실이다.

심훈은 1933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부친이 살고 있던 당진으로 내려와 "영원의 미소" "직녀성" 등을 집필하였다.

이듬해 독립하면서 자신이 직접 설계해 정면 5칸, 측면 2칸 크기의 필경사를 지었다.

대표적인 근대 농촌계몽소설인 "상록수"도 이집에서 썼다.

필경사 바로 앞에는 상록수문화관 건물이 들어서 있다.

문화관 뜰에 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아산만과 서해대교의 풍광이 아름답다.

필경사 뒤에는 대숲이 우거져 있다.

뜰에는 1996년 한국문인협회가 세운 시비가 서 있다.

시비에는 "그날이 오면"이란 시가 새겨져 있어 심훈의 생전 음성을 듣는 듯 하다.

상록수문화관 내부를 구경하고 싶으면 관리를 맡고 있는 윤석주씨(041-356-8405)에게 미리 연락을 해야 한다.

서해대교 완공으로 길이 수월해졌다.

당진군청 문화공보실 (041)350-3221

<> 군산 월명공원

소설가 채만식의 체취를 느낄수 있는 곳이다.

해망굴 옆 희천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1백14개의 계단을 오르면 월명공원을 만난다.

배들이 오가는 군산 앞바다와 금강 건너편 장항 일대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조각공원에서 산책로를 따라 좀 더 걸으면 채만식선생문학비를 볼 수 있다.

채만식은 군산을 무대로 1930년대 식민지시대 서민들의 억눌린 삶을 기록한 소설 "탁류"의 저자.

문학비에는 그의 삶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일본식 가옥이 남아 있는 월명동 주택가나 군산 화교소학교를 중심으로 한 거리 또는 군산항 등지를 돌아본 뒤라면 채만식의 체취를 더 짙게 느낄수 있다.

문학비를 뒤로 하고 봉수대터가 있는 정방산 정상에 올라 고군산열도 뒤로 떨어지는 낙조를 보는 맛이 일품이다.

4월엔 동백과 개나리, 진달래가 앞다퉈 피며 5월이면 왕벚꽃과 철쭉이 흐드러져 새봄 꽃나들이 장소로도 좋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군산시청 문화관광과 (063)450-4554

<> 보성 벌교

벌교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

소설에 등장했던 여러 장소들이 실제 존재하고 있다.

벌교역에서부터 태백산맥 탐방길은 시작된다.

벌교역사는 염상구 등 소설의 주인공과 빨치산이 활동하고 처형되었던 곳.

지금은 소설속의 분위기를 찾아볼수 없지만 예전에는 허름한 일제시대 건물에 북적대는 역전 장터 분위기가 어우러져 그럴듯한 풍경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벌교역 매일장터를 빠져 나와 건너편 골목길로 접어들면 일본식 건물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그 중 "오향왕족발"이란 간판이 걸려 있는 집은 벌교유지들이 이용했던 고급 요정 "남원장"으로 소설속에도 등장한다.

벌교여중을 지나 왼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소설속의 "금융조합" 건물이 보인다.

현재는 벌교읍 농촌지도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좌우익으로 나뉘어 서로를 처형했던 곳인 벌교천의 "소화다리", 병원원장이 좌우익을 가리지 않고 인술을 펼친 "자애병원"이 있던 "벌교어린이집" 등을 볼 수 있다.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2-2181

<> 안동민속촌 안동호

안동댐 주변에는 안동민속촌, 안동민속박물관, 이육사시비,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장 등이 몰려 있어 제대로 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린다.

안동댐 보조댐 부근에서 보이는 강 건너편에는 수몰된 지역의 가옥 몇 채를 옮겨와 야외박물관으로 만든 민속경관지가 있다.

두개의 장승이 반기는 야외박물관에는 이 고장이 낳은 문인 이육사의 시비가 있다.

시비에는 그의 대표작 "광야"가 새겨져 있다.

육사의 본명은 원록.

1904년 도산면 원천동에서 태어났다.

북경사관학교에 입학 후 귀국,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돼 대구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때의 수인번호 64를 따서 호를 육사라고 했다고 한다.

그의 시비는 하나 더 있다.

도산면 토계리의 퇴계묘소를 지나 있는 그의 생가터에 "청포도" 시비가 세워져 있다.

안동시청 문화관광과 (054)851-6114

<> 마산 산호공원

현지 주민들은 용마공원으로 부른다.

공원은 과거 봉수대가 있었던 용마산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다.

용마산은 높지 않지만 시내 한복판에 솟아 전망이 좋다.

상록수림이 우거진 공원 정상에는 시립도서관 건물이 있고 그 옆에 충혼탑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눈여겨 볼 것은 공원 오름길을 따라 서 있는 여러 시비와 문학비다.

"시의 거리"라고 하여 1990년 5월 마산지역 문인들이 나서 조성한 국내 최초의 문학감상코스다.

정상 봉수대터에까지 이르는 짧은 산책에 이곳 출신 문인들의 작품이 여러형태의 비석에 새겨져 있다.

권환의 "고향", 천상병의 "귀천", 박재호의 "난양역", 정진업의 "갈대", 김용호의 "오월이 오면" 시비를 볼수 있다.

계속해서 정상 오름길로 이어진 산책로 오른편으로 이은상의 대표작 "가고파"와 이원수의 "고향의 봄", 이광석의 "가자, 아름다운 통일의 나라로"와 이일래의 동요 "산토끼" 가사가 적힌 시비를 만난다.

마산시청 문화공보실 (051)240-2114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