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은 강하지만 칼을 쥔 손은 부드럽습니다.

굽힐 줄 모르는 나무가 강풍에 부러지듯 인생도 그렇지 않습니까.

현명한 리더는 권세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도를 지키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쓸쓸할 뿐이지만 권세에 기댄 사람은 결국 초라하고 처량해진다는 고금의 진리.

''채근담(菜根譚)''에 ''깨달은 사람은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느니 잠시의 쓸쓸함을 겪을지언정 영원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씌어 있습니다.

군자가 난세를 살아가는데 있어 어떻게 하면 정도를 굽히지 않고 자신을 꿋꿋이 지켜나갈 수 있는가를 깨우쳐 줍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CEO 채근담''(홍자성 지음,심상우 옮김,일송미디어)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CEO(최고경영자) 뿐만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신선한 샘물 같은 청량감을 주는군요.

한자에 얽매이지 않고 원문 주해와 현실을 접목시키면 읽는 맛이 더 납니다.

''마구 날뛰는 말도 잘 길들이면 훌륭하게 부릴 수 있고 사방으로 튀는 쇳물도 잘 다루어 틀에 부으면 멋진 물건이 된다''

아무리 천성이 나쁜 사람도 꾸준히 노력하고 수양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죠.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방법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기업이 어렵거나 국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 ''초심을 지키라''는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곤궁에 처하면 마땅히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자신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초창기의 용기와 의욕을 되살려 난관을 극복할 수 있지요.

반대로 일이 잘 진행될 때도 신중해야 합니다.

옆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내달린다면 허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성공한 CEO와 관리자는 중간점검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추스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몇 구절 더 읽어드릴까요.

''뜻은 높게 처신은 겸손하게''''남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인정받아라''''3가지 재주 중 2가지는 감추어라''''일에서 물러서려거든 전성기에 물러서라''

저자는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하면 마음을 편안히 하여 수고로움을 보충하고 하늘이 내 처지를 불우하게 하면 도를 높여 이를 꿰뚫게 하리라''고 했습니다.

고달픈 삶에 힘겨워하는 수많은 이웃들에게 이 한마디는 얼마나 큰 힘인지요.

직장 동료나 선·후배 사이에서도 새겨둘 만한 대목이 많습니다.

''굼벵이는 하찮지만 매미로 변하여 맑은 이슬을 마신다.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개똥벌레로 변하여 빛을 낸다.진실로 깨끗한 것은 더러움 속에서 나오고 밝은 것은 어둠 속에서 생겨나는 법''

세상을 가장 즐겁게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길을 걷다가 좁은 곳에 이르면 한 걸음 물러서서 다른 사람이 먼저 지나가게 하고 맛좋은 음식은 3분의 1 정도 덜어 다른 사람이 맛보도록 하는 게 일극안락법(日極安樂法)이라고 합니다.

늘 쫓기는 기분에 시달리거나 치열한 경쟁에서 소외됐다는 느낌이 들 때,행운은 왜 나만 피해가는가 하고 울적해질 때 이 책은 가장 따뜻한 말벗이 됩니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