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업계에 TV와 출판업체의 ''정략결혼''이 화제다.

TV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을 책으로 만든 뒤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여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고 이익을 나눠 갖는 형식이다.

TV 내용과 관련된 출판은 그동안에도 제법 있어 왔다.

뉴스앵커들의 회고록이나 연속극 주인공에 대한 스크랩북 등 TV의 인기를 토대로 출판에 성공한 케이스들이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앵커인 리지스 필빈의 회고록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하퍼콜린스란 출판사에서 NBC방송의 연속극 ''열망''을 소재로 만든 ''숨겨진 열망''이란 책은 TV와 출판의 공동작업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은 양쪽의 아낌없는 홍보전으로 한 주 평균 12만권 이상 팔리며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랭킹에 포함되는 등 전국적인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책을 팔기 위한 홍보전은 도를 넘어설 정도다.

이 책은 연속극의 주인공인 레녹스라는 3백살이 넘는 마녀가 극중에서 쓰고 있는 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책이 제작에 들어가자 방송국측은 작품 전개에 ''일기''를 강조하는 스토리를 많이 넣었다.

주인공 마녀가 극중에서 일기를 쓰는 장면과 이 일기의 출판을 하퍼콜린스에 의뢰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하퍼콜린스의 사장이 직접 드라마에 출연, 책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했다.

또 레녹스역을 맡고 있는 여배우인 줄리엔 밀스는 실제로 출판사와 서점에 들러 사인회를 갖고 토크쇼 출연은 물론 인터넷채팅을 통해 시청자 및 독자들과 대화하기도 한다.

연속극의 기획자이자 프로듀서인 제임르 릴리는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책을 만들 것을 염두에 두었다"며 "앞으로 모든 방송은 쇼비즈니스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책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의 인기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도 책이 인기를 끌자 방송국과 출판사들은 제2의 ''숨겨진 열망'' 만들기에 들어갔다.

계열사 중에 출판사가 없는 NBC측은 공동 작업할 외부 출판사를 물색하고 있고 하퍼콜린스측도 모기업인 폭스텔레비전의 내용을 주제로 한 출판작업을 검토중이다.

드라마 인기와 막강한 홍보력을 바탕으로 오로지 판매 수익만을 노린 책들이 앞으로 계속 쏟아질 전망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