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경전은 읽는 것 뿐만 아니라 단순히 보거나 만지는 것만으로도 공덕이 쌓이는 일로 쳐진다.

특히 불경을 옮겨 적는 사경(寫經)은 국난극복과 국운융창을 위해 고려시대까지 널리 권장됐던 방법이다.

오는 27일부터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열리는 ''화엄경 금니(金泥)사경 회향전''은 경남 함양 벽송사 조실 원응(66) 스님이 지난 15년간 민족화합과 남북통일을 위해 공덕을 쌓은 결실이다.

60만여 글자의 화엄경을 먹과 금니로 각각 옮겨 쓴 사경 두 벌과 금강경·반야심경 금니사경 등 1백80여점이 전시된다.

이중 화엄경 금니사경은 고려 멸망과 함께 끊어진 맥을 이은 것으로 평가된다.

1985년부터 화엄경 전문 58만9천71자와 보현행원품 등 60만여자를 먹으로 한지에 옮겨 쓰는데 5년,닥종이를 그 위에 덧대고 곱게 빻은 금가루를 붓끝에 묻혀 이를 다시 적는 금사(金寫)에 5년,뒷마무리에 5년이 걸렸다.

이렇게 완성된 화엄경은 길이 14∼16m의 병풍 80권이며,한 벌의 전체 길이는 1천3백m,먹사경과 금사경을 합치면 2천6백m에 이른다.

금니사경에 4㎏의 금이 들어갔고 60자루의 붓이 닳아 없어졌다.

참선을 하는 틈틈이 하루 3∼4시간씩 작업을 하느라 시력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원응 스님은 "보잘 것 없는 졸필을 내놓기가 두렵지만 사경은 단순히 불경을 옮겨 쓰는 것이 아니라 수행의 한 방편"이라며 "젊은이들이 많이 와서 심오한 정신세계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