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말 화장품 시장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졌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을 앞세운 메디컬 브랜드 대 순식물성을 표방한 자연주의 브랜드.

메디컬 브랜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성과를 강조하고 그 결과를 홍보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화장품을 말한다.

반면 자연주의는 화학적 성분을 배제하고 유기농 원료를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요가 명상과 같은 정신적인 활동과 브랜드 이미지를 연결시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21세기에는 이 두가지 트렌드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연주의 브랜드와 메디컬 브랜드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피부를 위해서는 자신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니크'' ''랑콤'' ''헬레나루빈스타인'' ''비쉬'' ''비오뗌'' ''키엘'' 등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메디컬 브랜드로서의 성격을 기본으로 한다.

자사 제품과 과학의 이미지를 결부시켜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크리니크다.

세계 최초로 알러지 테스트를 거친 1백% 무향제품임을 자랑하는 크리니크.

의사처럼 흰 가운을 입고 고객을 맞이하는 크리니크 매장의 뷰티 컨설턴트만 봐도 이 브랜드가 어떤 컨셉트를 지향하는가를 눈치챌 수 있다.

크리니크의 역사는 피부과 전문의와 잡지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1967년 미국 패션잡지 ''보그''에는 당시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아름다운 피부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그 기사의 내용은 ''피부는 선천적인 것이다''라는 통념을 갖고 있던 60년대 여성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보그지에는 구체적으로 자외선 차단의 효과,비누를 이용한 세안,각질제거와 보습작용에 기초한 피부관리가 소개됐다.

화장품 회사 에스테로더는 이 논리를 바탕으로 크리니크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때 제안된 "3스텝(세안->각질제거->보습)"시스템은 지금도 크리니크 스킨케어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라뮤'' ''알제니브'' 등의 브랜드를 생산하는 STC 역시 생명과학 기술을 화장품 제조에 응용하는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STC는 피부미용과 관련된 브라이트닝 팩터,피토라이트,유용성 비타민C 등 각종 신물질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노화방지물질인 에너지 팩터와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천연치료물질인 이펙티브 팩터 등도 자체 기술로 개발,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주의가 대두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다.

''아베다'' ''클라란스'' ''바디샵'' 등 식물성을 표방한 브랜드들이 ''자연과 정신의 교감''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작년에는 오리진스와 MOP까지 가세하는 등 순식물성의 열기는 지금껏 식을줄 모르고 있다.

이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재활용 용기를 사용하고 코팅하지 않은 재생용지를 포장지로 쓴다.

또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뿐 아니라 향기치료법(아로마테라피)에 쓰이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리진스와 아베다 바디숍 등은 식물의 뿌리와 줄기 꽃 등에서 추출한 식물 에센스로 향기나는 오일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식물 에센셜 오일에는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고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게 이들 브랜드의 주장이다.

이밖에 영국의 러시,스웨덴의 렌,호주의 줄리크,독일의 닥터 하우쉬카 등의 브랜드도 자연주의 신봉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설현정 기자 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