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항에서 서남쪽 사도(沙島)까지 22km.

1시간30분여의 느린 뱃길은 유난히 따뜻했다.

희뿌연 수평선 저편에서 봄기운이 꾸역꾸역 밀려드는 것 같았다.

여수시내 중심가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야자수의 이미지가 그런 느낌을 더해주는 듯 했다.

향일암에서의 해맞이가 무산된데 대한 아쉬움을 어느정도 달랬을 즈음 뱃길 왼편 앞쪽으로 섬 하나가 나타났다.

서서히 덩치를 불리는 섬은 어딘지 낯이 익었다.

누군가 시루섬 얼굴바위라고 했고 자세히 보니 옆에서 본 사람의 얼굴 윤곽이 뚜렸했다.

배의 역추진 소음이 커졌다.

드디어 모래섬 사도의 선착장.

마을 주민들이 리어카를 이용, 물에 끊긴 섬쪽 선착장 길을 건너고 있었다.

이장 장원모씨가 손짓으로 기다리라고 하더니 모터보트로 섬에 내려주었다.

번거로웠지만 물갈림(바닷물이 낮아져 섬과 섬 사이가 걸어다닐수 있을 정도로 연결되는 현상) 현상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사도는 물갈림현상으로 알려졌다.

물이 빠지면 사도 본섬과 추도(유인도), 중도 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무인도) 등 7개의 섬이 이어진다.

특히 음력 정월대보름, 2월 영등사리 때면 떨어져 있던 7개의 섬이 모두 하나로 연결, 디귿자 모양의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섬에 닿은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걸어서는 갈 수 없을 것 같던 중도와 시루섬이 패각분 모래사장과 갯바위로 연결됐다.

패각분 모래사장과 좌우 둘로 나뉜 바다는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붐비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선착장쪽 방파제와 사도~중도간 방파제를 허물면 더 많은 모래사장이 생겨 이름 그대로 사도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란게 장 이장의 설명.

시루섬에는 뜻밖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거북바위가 웅장했다.

높이 10m, 길이 15m로 실제 거북선 크기다.

충무공이 이 바위에서 영감을 얻어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한다.

꼬리부분은 사라호태풍 때 떨어졌다고 한다.

모퉁이를 돌면 만나는 40m 높이의 거대한 얼굴바위의 모습이 당당했다.

아래쪽 멍석바위에 앉아 위계전술로 왜적을 물리친 충무공의 기개가 느껴지는 듯 했다.

단일바위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장군바위의 덩치가 우람했다.

용꼬리바위는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제주도의 용두암을 머리로 한 용의 꼬리부분이라는 전설이 전한다.

1억년이 넘는 화석들은 자연학습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손색없다.

규화목 화석이 뚜렸했고 공룡알인 듯한 화석은 호기심을 자아내개 했다.

특히 물결무늬 화석과 초식.육식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풍부했다.

육식공룡이 초식공룡을 향해 달려드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발자국화석은 1억년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공룡발자국 화석은 인근 추도에도 많이 남아 있다.

여수시에서는 이들 화석에 대한 학술조사 뒤 중도에 작은 공룡공원을 조성하고 섬끼리는 출렁다리로 잇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사도 본섬에서 중도~시루섬~추도를 돌아보기까지 서너시간.

물에 몸을 담근 공룡모양의 장사도 앞 검은 갯바위길이 한층 길고 뚜렸해졌다.

마치 2월 영등사리때의 만남을 서두르는 것처럼.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