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의사결정 전문가가 정작 자신의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실패했다.

한 신문기자가 "박사님,의사결정 전문가께서 어떻게 그런 실수를…"하고 비꼬았다.

그러자 그는 "그 문제는 워낙 중요했기 때문에 내 의사결정 이론을 적용할 수가 없었소"라고 답변했다.

비록 농담이긴 하지만 의사결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비유한 표현이다.

''75가지 위대한 결정''(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송일 옮김,더난출판사,1만5천원)은 세계적인 사례를 근거로 의사결정의 성공 패턴을 찾는데 도전한 책이다.

지난 천년 동안의 탁월한 의사결정과 최악의 의사결정을 함축적으로 소개하는 경영서적이자 인생 지침서이기도 하다.

75가지 주목할 만한 의사결정 사례의 배경과 결과를 생동감있게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GE의 CEO인 잭 웰치의 워크아웃 결정에서부터 엘비스 프레슬리의 군입대에 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의사결정 관점을 현실감있게 전달하고 있다.

''되새겨보는 경영 노하우''라는 꼭지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위대한 의사결정의 교훈을 사례별로 배울 수 있도록 인도한 점도 재미있는 발상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75가지 성공 사례는 참으로 공감이 가는 선택이며 그것들을 10가지 범주로 적절히 나눈 것도 독특하다.

빌 게이츠가 IBM에 MS DOS의 사용권을 넘겨줘 시장을 장악한 결정은 ''산업발명가'' 범주에 소개돼 있다.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 상호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라는 국제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토머스 왓슨의 승리는 ''네임 게임''에서 찾을 수 있다.

워크맨을 개발한 SONY의 모리타 아키오는 ''선견지명''범주,그리고 PC를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데 성공한 마이클 델의 위대한 결정은 ''경영슈퍼 모델''에 포함돼 있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선정된 사례 자체도 흥미롭지만 의사결정 성공 패턴에 대한 분류가 더욱 눈길을 끈다.

문체 또한 여간 부드럽지가 않다.

올림픽 물결을 만드는 선봉장이 된 쿠베르텡은 ''행동으로 보여준 리더십'',군대를 기피하는 연예인 틈바구니에서 오히려 군입대를 통해 스타덤을 공고히 한 엘비스 프레슬리는 ''성공 비결'',그리고 광부들에게 목욕시설을 제공한 하드리안 황제를 ''군중의 힘''에 소개해 그 부드러움을 더하고 있다.

책의 끝 부분에서는 21가지 실패사례를 함께 제시했다.

이렇듯 성공과 실패를 대비해 마지막까지 균형감각을 추구한 것에서 저자의 섬세한 터치를 엿보게 된다.

"The buck stops here!" 이것은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책상 위에 걸려 있었던 팻말의 내용이다.

''모든 결정의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으로서 리더의 책임감과 의사결정에 대한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 책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책임진 위대한 리더들의 승부호흡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그 호흡을 통해 의사결정의 성공원리를 가르쳐 준다.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