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카지노''에서 샤론 스톤의 목을 아름답게 장식한 불가리 보석,''밀리언 달러 호텔''에서 멜 깁슨이 신은 페라가모 구두,''매트릭스''의 노키아 휴대폰,인기 TV 시리즈 ''X파일''의 스위스 아미 시계,007 제임스 본드의 오메가 시계와 BMW….

''007 골든 아이즈''에는 미네랄 워터인 페리에를 싣고 가던 트럭이 폭발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속에 특정 브랜드가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영화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이다.

최근 프랑스에서도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영화 진출이 부쩍 늘고 있다.

얼마전 개봉한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치명적 전환(Mortel transfert)''에서 정신과 의사로 분한 장 위그 앙글라드는 검은색 양복과 빨간색 양말 등 그야말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체루티''를 입었다.

''밀실(Le placard)''의 제라르 드파르디유와 다니엘 오테이유는 ''랑방''남성 정장 차림이다.

이달말 개봉 예정인 라울 뤼츠 감독의 ''순진한 연극(la comedie de l''innocence)'' 역시 주연배우 모두가 랑방으로 치장했다.

영화와 브랜드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은 아니지만 영화매체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브랜드와 영화를 연결해주는 전문 업체도 늘고 있다.

제네바에 본사를 둔 ''프로파간다''가 대표적인 대행업체다.

이 회사가 정기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업체 수는 약 50개.

노키아와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덴마크의 오디오 명가 ''뱅 앤 오르프슨(Bang & Olufsen)'',이탈리아 고급 패션 브랜드 ''페라가모'',심지어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와 ''칼스버그''도 주요고객이다.

프로파간다는 연 평균 5백여편의 시나리오를 읽는다.

영화 배경과 스토리에 따라 고객사와 영화사를 연결시켜주기 위해서다.

때에 따라선 주연 배우의 개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카지노''에서 샤론 스톤이 착용한 불가리 보석이 그 대표적 예다.

브랜드 매칭 수수료는 제품 출연 시간과 횟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만∼40만달러선.

유명 거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거나 세계 영화시장을 겨냥한 작품일수록 비싸다.

그러나 기업들로서는 많은 돈이 아니다.

홍보 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매트릭스''를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99년말 프랑스에선 ''매트릭스''개봉후 영화속의 7110 모델을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구입 희망자 웨이팅 리스트를 만들어야 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영화사들이 호락호락 아무 브랜드나 받아들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일단 선정됐더라도 촬영에 들어가 맘에 들지 않으면 거부한다.

노키아는 ''매트릭스''출연 휴대폰의 여닫는 소리가 박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자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디자인을 바꿨다.

겉모양은 해결됐지만 여전히 음향 효과가 부족하자 촬영현장에 기술자를 파견해 한 컷을 찍을 때마다 소리가 주문대로 나도록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영화 출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노키아의 영화 홍보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얼마전부터는 특수 고급 섬유 제품들도 영화에 뛰어 들고 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worldonlin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