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헤아릴 수 없는 만남으로 이뤄지고 또 이어진다.

이런 인연들 가운데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못지않게 감명 깊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30대 후반께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것 같은 좌절 속에서 한동안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

소중하게 이룩했던 모든 것을 깡그리 부정당한 순간의 절망감,온 세상이 나에게 돌아서버린 듯한 배신감을 느끼며 허망과 분노 속에 스스로를 가누지 못하며 살았다.

그 때 내가 만난 청담 스님의 ''마음''(이청담 지음,호암출판사)이라는 책은 내 인생을 내면에서부터 바꾸고 새롭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줬다.

이 책은 ''네가 방 안에서 문구멍으로 밖을 내다본다.

네가 보느냐? 문구멍이 보느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이 쉬운 질문을 통해 난마같이 헝클어져 있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분노와 절망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일깨워줬다.

이 책은 또 ''네가 이 세상을 본다.

네 눈이 보느냐? 네가 보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네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진정한 너는 누구냐?''고 다그친다.

청담 스님은 이런 대화를 통해 우리들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은 잘 닦아진 거울 같은 ''마음''에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거울은 본래 아무런 상이 없는 것인데 사람의 공연한 생각들이 형상을 만들어 마치 그것이 거울의 본성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의 본성을 올바르게 깨달아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쓸데없는 생각을 일으켜 절망하고 분노하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마음에 비친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올바른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내가 오늘날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어려움들을 정신적인 평정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바로 이 책의 지혜다.

사람은 생각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적이라는 것,훗날 하나의 조직을 경영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 경영이라는 것도 바로 이 한 권의 책에서 얻은 배움의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