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에게 인기는 마약이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때는 한없이 달콤하지만 그 인기를 잃는 순간 끝없는 나락과도 같은 절망에 빠진다.

안방극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탤런트 김영애(50)씨는 이를 ''열흘 붉은 꽃없다(花無十日紅)''는 고사에 비유한다.

올라가면 내려올 때가 있게 마련.하지만 인기에 취해있을 때는 내려갈 준비를 전혀 못한다.

설령 마음에 준비를 하더라도 막상 닥치면 흔들리게 된다.

"저도 40대로 막 접어들때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고역을 치렀어요.
몸은 안따라주고 배역에서도 소외될 때는 참기 힘들었죠.하지만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면 연기자로서 성숙해질 수 있는 좋은 약이 되기도 한답니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부질없는 애착을 버렸다.

여태껏 수 많은 상을 받았지만 제대로 보관하고 있는 게 드물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이를 "흘려보냈다"고 말한다.

5일부터는 KBS 일일연속극 ''우리가 남인가요''와 MBC 아침드라마 ''내마음의 보석상자''에 나란히 출연한다.

1주일 가운데 6일 동안 시청자들과 만나는 안방극장의 대모인 셈이다.

"아침 저녁으로 시청자와 만난다는 게 부담이긴 하지만 두 얼굴 가운데 한쪽은 실제 제 성격과 비슷한 면이 많아 캐릭터잡기는 편안해요"

두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어머니의 이미지는 전혀 상반된 모습.''우리가…''에서 김씨는 이기적이고 까탈스러운 어머니다.

아들 동욱(김호진)이 여자친구손에 쥐여지내는 게 싫어 한바탕 난리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다.

이와 달리 ''내마음의…''의 김영애는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억제하는 희생적인 어머니의 얼굴이다.

전처 자식들에 대한 남다른 배려로 친자식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지만 자신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안고 살아간다.

마음은 비웠어도 천상 연기자다.

연기경력 30년에 민비 역만도 5회나 할정도로 웬만한 역을 다 해봤지만 장희빈처럼 표독스런 악역을 못해봐 아쉬움이 남는단다.

"얼굴이 뾰족하게 생겨서 악역이 잘맞을 것 같은데 의외로 악역을 주시지 않았어요. 순악질여사같은 배역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스무살에 데뷔해 지난 31년 동안 연기 외길을 달려왔다.

앞으로도 그는 당분간 연기에만 매달릴 생각이다.

"앞으로 5년여 정도 연기에 전념한 뒤에 여행도 하고 불교공부도 하며 저를 돌보는 삶을 설계할 생각이에요"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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