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생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음악이란 과연 무엇일까.

겉으론 삶 그 자체라고 얘기해도 감추고 싶은 무엇이 있게 마련이다.

부와 명예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자신을 좌절케 하는 난공불락의 요새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음악인은 음악을 하루 하루의 생활이자 기쁨의 원천 정도로 여기며 만족하는 사람이 아닐까.

최근 시사회를 가진 다큐멘터리 음악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을 보고 느낀 바다.

''부에나 비스타…''는 원래 1950년대까지 풍미했던 쿠바음악 ''손(son)''을 담은 음반이자 그룹 이름이다.

1997년 월드서킷-넌서치 레이블로 발매돼 세계인들의 귀를 잡아끌었다.

이 음반은 지난해 9월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에는 카리브해의 낙천적이고 멋드러진 선율이 음악팬들을 흥분시켰다.

구두닦이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다 음반기획자 라이 쿠더의 통찰력으로 다시 모인 뮤지션들의 스토리는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쿠바음악인들의 진솔한 삶과 그속에 녹아든 음악이 영상으로 소개되면서 새로운 감동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손(son)''은 한마디로 자유로움 속에 깃든 음악이다.

쿠더가 미국에서 녹음하지 않고 초라한 쿠바 현지시설을 이용한 것도 그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단 6일 만에 편집없이 녹음했다고 한다.

구전돼 내려온 가사를 메모지에 들고 노래하는 고령의 쿠바 뮤지션들 모습은 소박함 그 자체다.

74세의 남성보컬 이브라힘 페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소유에 집착했다면 벌써 사라지고 말았을 겁니다"

자본의 힘에 이끌린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음악에 환호하는 세계인들의 관심에 그저 고무됐을 뿐이다.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이 끝난 뒤 쿠바 국기를 펼쳐보이는 장면은 유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지난해 쿠바소년 엘리안의 본토 귀환을 목청높였던 쿠바인들의 당당한 자존심도 느껴진다.

쿠더가 그들을 재발견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여전히 사랑하고 구두닦이 신세를 한탄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다음달 5,6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들의 첫 내한공연은 이미 매진된 상태.

그래도 영화 ''부에나 비스타…''가 오는 3월1일 개봉하고 그들의 음반을 언제든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을 준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