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비둘기를 기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만 비오는 날 떼지어 날아다니는 비둘기가 몹시 축축하게 보여서,구멍이 네개 달린 비둘기집을 만들어 예쁘게 페인트 칠을 한 다음,옥상 창문 위에 달아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 아랑곳 없이 비둘기는 한마리도 이곳에 날아들지 않았다.

십년이 지나도록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비바람에 시달려 비둘기집은 칠이 벗겨지고 나무가 썩어 보기 흉하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전 마당을 쓸다가 보니 하얀 비둘기 두마리가 그 속에 앉아 있지 않은가 우리 비둘기집은 다 낡어버린 뒤에야 비로소 비둘기의 마음에 들었나보다.

비둘기의 그 조그만 가슴속에 다른 하늘과 다른 땅이 있고,그 가는 핏줄 속에 다른 물이 흐르고 다른 바람이 불고 있음을 나는 십년 동안이나 몰랐던 셈이다

시선집 ''누군가를 위하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