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낮 서울 로얄호텔 2층 에메랄드 룸.학술원 회원인 조순 전 서울시장과 임원택 서울대 명예교수,최창규 성균관장,홍일식 전 고려대총장 등 학계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 젊은 학자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모임의 주인공은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45).

일찍부터 한학을 배워 유불도(儒佛道) 3가(家)를 두루 섭렵하고 문.사.철(文.史.哲)을 고루 갖춘 인문학자다.

출판기념회에 학계 원로대가들이 대거 참석한 것은 젊은 학자의 이런 면모에 대한 존경과 격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심 원장은 지난해에만 ''에세이 동양사상 시리즈'' 불가·도가·유가편 3권 등 5권의 저서를 쏟아내는 등 저술과 강연을 통해 동양사상의 대중화 작업에 앞장서왔다.

''제3의 사상-신자유주의와 제3의 길을 넘어서'' ''이율곡과 왕안석에게서 배우는 경제개혁의 지혜''등에서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동양사상을 통해 제시하기도 했다.

"유·불·도를 따로 떼어 보지 말고 동양사상이라는 넓은 테두리에서 하나로 조화시켜야 합니다.

이목구비(耳目口鼻)가 서로 보완적인 기능을 하는 것처럼 학문에서도 유·불·도를 함께 알아야 제대로 볼 수 있어요"

심 원장은 3가를 두루 갖춘 인물로 신라의 최치원,조선의 율곡 이이와 서산대사를 꼽는다.

그는 최치원이 풍류도를 설명하면서 "유·불·선 3교(敎)를 포함하고 있다"고 한 점을 들어 일찍이 3가를 따로 떼어 보지 않고 하나로 조화시키려는 전통이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또 서산대사는 유·불·도 사상을 아우른 삼가귀감(三家龜鑑)을 남겼고 율곡 역시 열아홉에 금강산 유점사의 마하연에서 1년간 참선했다.

이때 율곡이 들었던 화두가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다.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뜻이다.

율곡은 또 노장사상에 심취했던 어머니 신사임당의 영향으로 유·불·선을 겸했다.

심 원장은 "한국 유학의 정통성은 퇴계에 있지만 독창성은 율곡이 뛰어났다"면서 "율곡의 독창성은 그런 다양함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원장은 최근 고전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서양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 몸은 편리하게 됐으나 마음은 상대적으로 불편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연환경 파괴와 사회도덕 타락,인간양심 상실이라는 3대 병폐를 가져온 20세기 과학문명은 반숙(半熟)의 문화입니다.

불교의 우주주의,도가의 자연주의,유가의 인간주의 속에 21세기의 비전과 해답이 담겨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정신과 육체,도덕과 경제의 창조적 결합을 이뤄야 완숙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어요"

그는 일반인들이 동양사상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신의 책무라 했다.

3가의 사상을 쉽게,그리고 다른 사상과 연관지어 설명한 책들을 써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는 전국을 50여차례나 돌아다니기도 했다.

곳곳에서 요청해온 특강때문이다.

그는 "민족의 뿌리가 확실치 않으면 문화적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면서 "통일시대의 민족 정사(正史) 확립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한배달'' 활동 등을 통해 상고사 복원에 나서고 홍익인간의 이념을 시대정신으로 삼자고 주창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동양사상 전파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데 대해 심 원장은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천하가 흥하고 망하는 데에는 필부도 책임이 있다)"이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글=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