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TV에 출연한다는 게 마치 옷을 다 벗고 시청자 앞에 서는 것처럼 떨리고 두렵네요.

제게는 결혼 못지않게 중요한 결정이었어요"

그동안 영화 외길을 고집해온 강수연(35)이 15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오는 2월5일부터 방송되는 SBS 50부작 사극드라마 ''여인천하''(연출 김재형,극본 유동윤,오후 9시55분).

강수연은 첩의 딸로 태어났으나 운명과 처절하게 맞서 정경부인에까지 오르는 난세의 여인 정난정을 연기한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정적과 정실부인까지 살해하는 천하의 요녀다.

강수연은 지난 86년 TV단막극 ''이화에 월백하고'' 이후 영화에만 출연해왔다.

베니스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안겨준 ''씨받이''를 비롯 ''아제아제 바라아제''''연산군'' 등으로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어떤 배역을 맡느냐보다 방송을 다시 해야할지 그 자체가 고민이었다"며 "이제 시청자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KBS에서도 출연제의가 있었으나 촬영시 최고의 조건을 제공하겠다는 SBS를 택했다.

"한컷 한컷 만들어가는 영화와 달리 빠르게 돌아가는 스튜디오 녹화가 가장 두려워요.

그래서 출연료보다는 촬영할때의 조명 분장 의상 등 배우가 도움받을 수 있는 최고의 컨디션을 우선시했습니다"

KBS ''용의 눈물''을 비롯 지난 40여년간 사극연출만을 해온 김재형 PD에 대한 믿음도 출연결정에 적지않게 작용했다.

김 PD와는 한차례 구연이 있다.

김 PD는 ''용의 눈물'' 연출 당시 강씨를 이방원의 부인으로 캐스팅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영화를 고수하겠다는 강씨의 의지에 캐스팅을 접었던 기억이 있다.

이때문인지 지난 15일 제작발표회장에서는 강씨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가슴속에 화산같은 열기를 담고 있는 강수연씨의 연기가 정난정을 통해 폭발하게 될 것입니다"

사극 ''여인천하''는 월탄 박종화 선생의 문학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동명소설이 원작.

정난정의 출생에서 죽음까지 개인사를 따라가는 야사와 중종 인종 명종에 이르는 정사를 얽어서 그려나갈 예정이다.

강씨는 "대본만으로도 너무나 끌리는 인물"이라며 "조선시대에도 여성이 이토록 치열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