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감동적인 책 한두권은 읽었을 법하다.

어떤 책은 인생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독서의 힘은 크다.

명사들이 베개밑에 두고 읽은 책은 어떤 것인지 매주 1회 ''내 인생을 움직인 책''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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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대 신학자 라인홀드 니이버는 그의 책 ''인간의 운명''에서 인간성의 이율배반성(Antinomy)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선악이 갈등하고 있는 상태가 인간 내면의 어쩔 수 없는 타고난 모습이라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그는 그리스 이래 유럽 휴머니즘의 맹점(盲點)을 분석하고 있다.

니이버는 근대를 두고 자연 이해는 가장 투철해졌지만 인간 이해는 가장 천박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간성의 이율배반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도 이런 따위 인간성 이해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경제이론에 치우쳐 인간 사회를 처방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은 절대로 이론적으로 도출된 결과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것(이론)이 정당하면 할수록 그렇다.

인간성의 이율배반성 때문이다.

이 문제를 역사와의 관계로 따진 책이 있다.

니콜라이 베르자예프의 ''현대에 있어서의 인간의 운명''이 그것이다.

베르자예프는 러시아 태생이다.

볼셰비키 혁명에 동조해 혁명이 성공한 뒤에는 대학교수로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볼셰비키 정부의 행태에 실망하고 프랑스로 망명했다.

거기서 그는 위의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여태까지는 역사가 인간을 심판했지만 이제부터는 인간이 역사를 심판해야 한다''라고.

역사란 말 앞에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오금을 펴지 못한다.

그 상태를 교묘히 이용한 것이 역사주의의 진보주의다.

볼셰비즘도 그 중 하나다.

베르자예프의 이 책은 희랍 정교의 입장에서 역사의 악(惡)을 지탄하고 있다.

역사에 유린된 개인으로서 인간의 자기 복권(復權)을 당연한 권리로 주장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역사라는 추상(抽象)이자 관념때문에 개인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역사를 누가 움직이고 있는가.

베르자예프의 ''현대에 있어서의 인간의 운명''은 김영수 번역으로 현암사에서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