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밖으로 나서기로 했다.

목적지는 양평 바탕골예술관.

차창밖으로 고즈넉한 겨울강이 함께 달린다.

색바랜 겨울 풍경은 꾸밈이 없어 한결 정겹다.

도통 분위기라곤 모르는 남자는 감탄사 한번 없다.

"감성이 메말랐어 감성이"

무뚝뚝한 한마디가 되돌아온다.

"네가 운전해라"

양평에 들어선지 얼마못가 언덕배기 위에 붉은색 벽돌 건물이 보인다.

입장료(어른 3천원, 어린이 2천원)를 내고 들어가니 잘 가꿔진 정원이 펼쳐진다.

곳곳에 놓인 조각들이 운치있다.

너른 윗마당부터 올랐다.

지붕을 인 벤치가 편안하다.

날만 따뜻하면 도시락 먹기에 그만이겠다.

마당 한쪽에는 "미니동물원"이 있다.

"맹인 인도견" 팻말이 붙은 철망안에서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 두마리가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객을 반긴다.

옆 우리에서 종자를 알길없는 강아지 여러마리가 왕왕대며 손길을 탐낸다.

본관인 바탕골극장에서는 "애니메이션 파티"가 열리고 있다.

매일 오후 1시, 3시에 "눈의 여왕" 등이 상영된다.

20일엔 피아노 콘서트, 28일에는 새천년 굿판이 벌어진단다.

미술관으로 내려가 백남준 비디오아트가 설치된 전시관을 돌아본후 테라스로 나가니 풍광이 기가 막히다.

넉넉한 산자락에 안긴 남한강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

슬쩍 손을 잡아본다.

도자기 공방은 제일 기대했던 코스.

선생님의 지도하에 직접 전기물레로 도자기를 빚어 볼 수 있다.

재료비 포함 1만5천원~2만원.

알뜰함을 과시할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다.

홈페이지(www.batangol.co.kr)에서 챙겨둔 20%짜리 할인 쿠폰.

드디어 순서가 왔다.

매끄럽고 촉촉한 흙의 감촉이 사뭇 관능적이다.

"우리, 사랑과 영혼 한번 찍을까?"

대뜸 눈썹 사이에 주름이 팬다.

그렇다고 포기하랴.

그가 물레앞에 앉은 순간 잽싸게 뒤에서 포즈를 잡아본다.

사진을 찍어준 옆자리 가족이 웃는다.

그도 이내 따라 웃고 만다.

작품은 가마에 구운후 한달후쯤 찾을 수 있다.

돌아가는 길에 공작실이 딸린 갤러리 카페에서 잠시 머문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모아왔다는 토산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요일이나 휴일엔 예술관 대표인 박의순(63) 화백이 나와 손금도 봐준다.

복채는 커피 한잔.

공작실에 못 들른 것이 못내 아쉽지만 돌아오는 마음은 하늘처럼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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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길

88대로~팔당대교~팔당댐~퇴촌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제일 멋지다.

퇴촌에서 천진암 계곡 입구 사거리까지 직진, 양평쪽으로 좌회전후 8.7km쯤 가면 우측으로 바탕골을 만날 수 있다.

월요일 쉼.

(031)774-0745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