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출판계의 기상도는 매우 흐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경기가 좋아져도 가장 늦게 살아나는게 출판이다.

지난해 1백만부 이상 팔린 책이 4종이나 됐지만 그것도 경제상황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베스트셀러는 사회변화를 잘 반영하는 만큼 변화의 맥을 기획력으로 연결시키면 "뜨는 책"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인기물이 시장을 싹쓸이하면 다른 양서들이 피해를 보는 것 또한 현실이다.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도 부작용이 많다.

그래서 출판기획자들은 "진짜 책"을 만들기 위해 소량다품종 전략과 독자 입맛을 살리는 맞춤출판에 희망을 건다.

이와 관련,지난해 ''출판계 프로듀서'' 1호를 선언한 정은숙(38)씨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출판사 마음산책의 대표지만 직함은 주간이다.

특이한 것은 책의 기획에서 디자인 편집 인쇄까지만 총괄하고 영업은 지주회사격인 도서출판 푸른숲에 맡긴다는 점.

정씨는 영화의 프로듀서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비유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출간한 구효서의 ''인생은 지나간다''를 초판 5천부 찍은 뒤 보름 만에 재판에 들어가는 등 성과도 상당하다.

그는 작가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일단 기획이 정해지면 사진작가 디자이너와 공동 작업으로 입체효과를 거둔다.

출판 환경이 어려워도 새로운 시스템과 틈새시장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재테크 컴퓨터 관련서 등 실용서적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가 어려워질수록 잘 팔리는 게 실용서다.

그러나 경제경영 이론이나 미래전망 등은 서구에 비해 늘 한 박자 늦다.

유능한 국내 필진도 한정돼 있다.

괜찮은 외국서적에는 판권료 경쟁이 돌개바람처럼 불고 출판사들은 출혈로 휘청거린다.

우수한 필자 발굴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전자책 분야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종이책 이후 ''제4의 매체''로 불리는 e북.

이정춘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대체된다기보다 진화적인 공존의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인터넷과 신문 방송 정보통신이 융합하는 퓨전의 시대에는 출판산업도 인터넷과의 퓨전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종수 한국출판연구소 상임위원도 전자책이 소량다품종으로 출판의 신 르네상스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스티븐 킹의 소설같은 대량 판매용보다 오히려 전문 출판사들조차 외면하는 학술 콘텐츠가 전자책으로 성공한 예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