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유비에게 술을 권하며 천하의 영웅론을 펼치던 청매정(靑梅亭).

최고의 권세를 누리던 조조는 "지금 천하의 영웅이라 할 사람은 그대와 나뿐"이라며 유비의 속마음을 꿰뚫는다.

깜짝 놀란 유비는 들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린다.

그는 때마침 들려온 천둥소리를 핑계로 평정을 되찾으며 겨우 위기를 모면한다.

지금 그 자리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뀌어 있다.

역사서 ''삼국지''에는 단 세구절밖에 없는 얘기지만 소설 ''삼국지''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인해 오늘날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된 역사의 현장이다.

관우가 조조의 온갖 유혹을 떨치고 유비를 찾아 떠나던 파릉교.

의리를 지키기 위해 보장된 미래를 뿌리치고 고달픈 현실을 택한 관우에게 이 다리의 의미는 각별했다.

원래는 성에서 8리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해서 팔리교로 불리던 다리.

한·당 시대에 버들가지를 꺾어 이별의 슬픔을 달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남덕현(부산대 중문과) 교수의 ''삼국지 문화답사기''(미래M&B,1만5천원)는 중국 허난(河南) 후베이(湖北) 쓰촨(四川) 산시(山西)성 등 ''삼국지'' 유적 48곳을 누비며 발로 쓴 책이다.

저자는 원나라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와 앞서 진(晋)시대에 쓰여진 역사서 ''삼국지''를 비교하며 중국인들의 핏줄에 면면히 흐르는 삼국지의 의미를 찾아낸다.

역사서 ''삼국지''가 소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어떤 얘기들이 가미됐는지도 파헤친다.

인명과 지명은 소설에 나오는 우리말 독음으로 표기했다.

중국어의 표기법이 현실음과 너무 다른 데다 시대적 배경도 위·촉·오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관우.중국인들은 지금도 새해가 되면 관우의 사당에 찾아가 소원을 빈다.

공자 사당보다 관우를 모신 사당이 더 많은 것을 보면 그들의 흠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그의 무덤조차 성인의 묘를 가리키는 ''림(林)''자를 써서 ''관림(關林)''이라고 부른다.

뤄양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자동차로 30분쯤 거리에 있는 관림은 베이징의 자금성처럼 웅장하고 짜임새도 있다.

물론 중국 통치자들이 관우의 충성심을 강조하느라 신격화한 탓도 있지만 삼국지의 무게감을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면이다.

책에는 도원결의와 적벽대전의 무대,유비 관우 장비의 묘 등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다.

곳곳에 소설 ''삼국지''의 주요 대목이 삽입돼 있고 그 맥락과 배경까지 설명돼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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