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과 고구려 유민출신의 장수 ''고선지''.

5백년과 1천2백년을 앞서 간 두 인물을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2편이 신년 벽두 안방을 찾는다.

KBS1 TV가 오는 1월1일 방송하는 ''굿모닝! Mr.퇴계''(연출 조대현,오전 10시20분)는 올해로 탄생 5백주년을 맞는 조선시대 대학자 퇴계 이황(1501∼1570)의 사상을 21세기 새로운 틀로 불러낸다.

''굿모닝…''에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퇴계의 학문과 이념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한다.

아나운서 배유정이 최첨단 사이버 스튜디오와 홀로그램 세트를 배경으로 마치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퇴계의 사상세계로 시청자를 안내한다.

퇴계학을 연구하고 있는 미 워싱턴대 마이클 칼튼 교수나 일본 대마도에서 한글을 익혀가며 퇴계사상을 공부하고 또 그의 초상화까지 그리는 다카오씨를 통해 21세기 퇴계의 사상이 지니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이어 1월6∼7일 2부작으로 방영되는 ''신년특집-고선지''(연출 장영주,오후 8시)는 1천2백년을 거슬러 중앙아시아 일대의 실크로드를 장악했던 고구려인 고선지의 발자취를 뒤쫓았다.

취재팀은 고선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49일 동안 중국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다섯국가의 국경을 넘었다.

이 지역은 모두 실크로드가 지나는 국가이자 고선지가 관할했던 지역.

승전국 당나라가 고구려의 씨를 말리기 위해 데려간 고구려 유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실크로드와 서역을 장악한 안서 도호부의 절도사에까지 오른 고선지.

그는 실크로드의 세갈래 길인 천산남로 천산북로 서역남로를 장악하고 티베트와 돌궐까지 장악하며 세력을 떨친다.

다큐멘터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역사상 최초로 아랍 대 중국이 충돌한 탈라스전투에서 고선지 군대가 패해 제지술의 장인이 아랍측에 포로로 잡히면서 유럽에 제지술이 전해진다는 것.

첫 패배 이후 고선지는 중국 수도 장안으로 돌아와 ''안록산의 난''을 진압하는 총사령관이 되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나 결국 모함으로 처형당한다.

이민족 출신 장수의 비운이었다.

영국의 고고학자 오렐 스타인은 "고선지의 실크로드 원정은 한니발과 나폴레옹의 업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저서에 남기고 있다.

장영주 PD는 "한민족 가운데 이처럼 세계사를 뒤흔들었던 인물은 고선지밖에 없었다"며 "중국 역사서에도 분명 고구려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고선지에 대한 연구서 하나 없는 국내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