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택씨와 문학평론가 이남호씨가 산문집을 냈다.

김용택씨의 ''인생''(이레)과 이남호씨의 ''혼자만의 시간''(마음산책)은 모두 자연을 주제로 한다.

산문이 시처럼 짧아서 대개 두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겨울 아침이면 아버지는 장작개비를 난로에 들어갈 만한 길이로 잘라서 새끼로 단단히 묶어 어깨에 메주셨다. 책보를 등에 둘러메고 장작개비 두 개를 어깨에 메면 학교 갈 준비가 다 되었다. 학교길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책보와 장작을 함께 메고 있었다''

풀꽃이 피는 산길은 세상 어느 길로도 통하는 시인의 길이라고 말하는 김용택씨는 풀, 구름, 시내, 매미, 송사리 등에서 삶의 교훈을 이끌어낸다.

나무에 관한 다음 글을 보자.

''나무는 누가 옮기지 않으면 태어난 그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한 걸음도 떼지 않는다. 나무는 여행 다니지도 않고 치장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부른다. 해와 달, 별, 새가 스스로 나무를 찾아온다. 나무에게서 어찌 아름다운 달빛과 살을 파고드는 칼바람을 분리할 수 있겠는가. 나무는 그냥 나무일 뿐이다''

문학평론가 이남호씨의 나무사랑도 남다르다.

''우리집 맞은편 개울 건너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있었다. 날마다 바라보다가 정이 들어 ''삼덕(三德)'', 즉 세가지 훌륭한 덕을 지닌 나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름다움, 풍요로움, 포용력, 침묵. 나는 날마다 나무 삼덕이를 보며 세상의 삼덕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람들이 삼덕이를 베어버렸다.

꽃가루와 낙엽을 날리는 데다 전기줄 지나가는데 걸리적거린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삼덕이가 있던 자리를 향해 두 번 절하고 애도를 표했다.

그리고 꽃가루와 낙엽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그 옛날 나무꾼은 나무를 벨 때마다 한 번씩 절을 하고 ''도끼 들어가요''라고 외쳤다는 전언이다.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인 문학평론가 이남호씨는 평론집 ''한심한 영혼아'' ''녹색을 위한 문학'' 등을 발표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